낱개 포장 후 박스에 넣고 다시 보자기로…명절마다 쓰레기 몸살
낱개 포장한 뒤 종이 박스로 재포장하면 '포장 1개'
포장 규칙 위반해도 과태로 최대 300만 원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추석을 앞두고 집에 온 명절 선물을 뜯던 김 모 씨(54·서울 서대문구 거주)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내용물을 겹겹이 싼 포장재들이 금세 산더미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통이나 병에 담긴 곡물, 기름류는 괜찮은데 한과, 과일류 선물 서너개만 뜯어도 50리터(L)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금방 찬다"며 "박스가 있는데 대체 재활용도 안 되는 보자기, 가방 등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명절 선물 과대포장과 재포장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15일 <뉴스1>이 서울 지역 한 백화점과 택배 배송 상품들을 취재한 결과 낱개 플라스틱 포장, 미관만을 위한 재활용 불가 포장재가 명절선물에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낱개 포장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품목은 한과, 곶감이었다. 형태를 가장 잘 보존하기 위해 제품 하나하나를 플라스틱 박스에 넣어 포장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한과에 불필요한 낱개 포장이 쓰인 경우가 많았다. 한과 여러 개를 한 봉투에 담아서 한꺼번에 포장할 수 있는데도 편의를 위해 2개씩 낱개 포장하는 식이다. 품목별로 구획을 나누기 위해 불필요한 플라스틱 박스를 여러 개 사용한 상품도 있었다.
육류, 해산물 등 고가 품목을 보자기나 손잡이가 달린 가방 등으로 재포장한 상품도 많았다. 플라스틱 포장에 들어있는 제품을 박스에 넣어 재포장했는데도, 이 포장을 보기 좋게 다시 보자기와 가방으로 감싸는 식이다. 이런 포장재들은 없어도 무관한 데다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하는 재활용 불가 품목이라 더 문제다.
하지만 이런 포장 방식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환경부의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가공식품은 포장공간비율이 제품 부피의 15%를 넘어야 과대포장에 해당하고, 과자류는 기준이 20% 이하이기 때문이다.
또 1개씩 낱개로 포장한 뒤 여러 개를 함께 포장한 제품의 경우 낱개 제품 포장은 포장공간비율과 포장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수십 개 개별 포장을 해 다시 한 개의 박스 안에 담으면 종이 상자로 한 번 포장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제품 포장 규칙을 위반해도 제조사에 부과되는 과태료는 최대 3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런 느슨한 규제 탓에 정부와 지자체가 과대포장과 재포장을 단속하고 있지만 포장 쓰레기가 명절마다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회용품 쓰레기가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만큼 포장 규제를 구체적으로 마련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3월 명절 선물 등을 포함한 택배 배송 상품에 대한 과대 포장 규제에 계도 기간을 부여해 사실상 제도 시행을 또다시 미뤘다.
포장재의 포장 횟수를 1회로, 포장공간비율은 50% 이하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4월 30일부터 시행하되 2년을 계도기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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