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비방글에 울컥…그래도 고소장 정보 기재 '주의'[동물법전]

소혜림 변호사의 동물 법률 정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 있어

편집자주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분쟁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동물이라고 해서 감성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법. 동물을 키우거나 보호하면서 궁금한, 혹은 몰랐던 법 이야기를 뉴스1과 변호사가 들려준다.

진료 받는 강아지(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소혜림 변호사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최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고소장에 환자 개인정보를 기재한 의사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2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사안에서 의사 A씨는 환자가 자신과 병원에 대한 비방글을 인터넷에 게시하자 진료 목적으로 제공받아 보관하던 해당 환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고소장을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이 같은 기록을 본 재판부는 '개인정보 누설의 상대방에는 수사기관도 포함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동물병원의 경우에도 진료 시 진료에 사용할 목적으로 보호자의 개인정보(이름, 연락처, 주소 등)를 제공받고 있다. 이때 동물병원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법 문언만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개인정보 수집 당시에 고소장 기재 목적으로 수집하지 않은 보호자의 정보를 고소장 작성에 이용 시 처벌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하급심 판결은 통일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례의 판결 취지를 종합해보면 아직까지는 법원에서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고소장에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경우를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한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해서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인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는 형태로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

이때 정당행위의 판단에는 △피고소인의 범죄행위가 있었는지 △고소장에는 신원 특정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정보만 기재됐는지 △수사기관에서 피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요청해 제공한 것인지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소장에 개인정보를 기재한 행위가 문제가 됐던 2020년 창원지방법원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의 고소 및 법원에의 소송제기에 필요한 정보를 기재하는 행위'는 처벌범위에 넣지 않았다.

재판부는 '억울한 당사자의 고소·고발과 소송제기 등 개인의 정당한 권리의 행사까지 제한하게 돼 오히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 취지에도 반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취지에 위배되지 않음에도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사료된다.

실제 앞서 소개했던 서울동부지방법원 사례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그 처벌은 벌금 20만 원의 소액에 그쳤고 그마저도 선고유예를 했다. 이는 그러한 사정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사례에서의 처벌은 소액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소장에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행위가 문제될 수는 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인터넷에 게시된 허위비방글을 고소하는 경우 가급적 피고소인을 포털아이디로 특정해 수사를 통해 피고소인의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일 급박한 사정이 있어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할 때는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기재하고, 나머지 개인정보는 수사기관에서 요청하는 경우 비로소 제공하는 것이 좋다.[해피펫]

소혜림 변호사 ⓒ 뉴스1

글=법무법인 해성 소혜림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서울시수의사회 자문 변호사)·정리=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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