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화재 탈출 '에어매트' 보단 '완강기'…"안전교육 뒷받침"

전문가 "2층에서 에어매트 써도 충격 상당…대안 아냐"
완강기 존재·사용법 모르는 일반인…"보는 것과 달라"

22일 오후 7시39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탈출용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화재로 오후 11시 40분 기준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독자제공) 2024.8.23/뉴스1

(서울=뉴스1) 오현주 이설 기자 = 경기 부천시 모텔에서 발생한 에어매트 사고 당시 완강기(천천히 하강하는 로프 장치)를 제대로 사용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층용 에어매트를 썼더라도 고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행위 자체가 작게는 부상, 크게는 목숨을 잃을 위험성이 있어서다. 이와 함께 완강기, 에어매트 등 안전 장치에 대한 시민 안전 교육 강화도 요구된다.

24일 경기 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22일 화재 신고 시점으로부터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신속한 출동에도 총 19명(사망 7명·부상 12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그중 2명은 건물 밖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다 사망했다.

전문가는 스프링쿨러가 없는 오래된 건물에서 대피할 때는 에어매트 보다 완강기 사용이 더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완강기는 창틀과 연결된 로프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올 수 있는 장치다.

박정운 전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7~8층 이상 높이에서는 에어매트가 별 효과가 없다"며 "에어매트에 제대로 떨어지더라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하석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어매트보다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완강기가 훨씬 안전한 수단"이라며 "에어매트는 2층에서 뛰어내려도 충격이 많이 가해지고, 부상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불이 난 모텔 객실에는 완강기가 설치됐지만,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화재 당시 대부분 경황이 없어 완강기의 존재를 잊었거나 구체적인 사용법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공하성 교수는 "에어매트 사용법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동현 가천대학교 소방학과 교수는 "(건물) 밑에서 소방관들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것을 봤더라도 직접 뛰어내리는 것은 다르다"며 "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의 경우 위기 상황에서 심적으로 불안할 수 밖에 없기에 학교 등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숙박시설에서 실시하는 자체 안전 교육도 중요하다. 백동현 교수는 "화재가 나면 소방서에서 다중이용업소에 관련 공문을 보내기도 하지만, 개인에게 (안전 관련 수칙을) 직접적으로 자주 알려줘야 한다"며 "대피 시설 위치를 구체적으로 담은 종이 유인물을 주거나, 안내 방송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소방 당국 차원에서는 에어매트 통합 관련 매뉴얼이 하루빨리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소방청은 현재 에어매트 설치·훈련 관련 통합 매뉴얼이 없다. 각 소방서별로 에어매트를 구매해서 제조사 설명서를 보고 각자 훈련을 하는 형태다. 다만 소방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합 매뉴얼을 만들어 소방관 대상 훈련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측은 "에어매트의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각 소방서마다 각자의 사정에 맞게 5층짜리, 10층짜리 등 다양한 에어매트를 구매하기 때문에 구매 후 제조사가 안내하는 사용 설명서에 따라 대원들이 훈련을 진행해왔다"며 "앞으로는 제품 종류와 관계 없이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이를 기준으로 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피난계단 예시 모습 (교통안전공단 블로그 갈무리)

일각에서는 중소 숙박시설 내 '특별피난 계단'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별피난 계단은 일반적인 피난 계단과 다르다. 문이 달린 출입구에 전실(부속실)이 있어 압력으로 외부 공기와 연기를 차단할 수 있다.

건축법 시행령 제35조에 따르면 현재 특별피난 계단은 지상 11층 이상(공동주택 16층 이상) 또는 지하 3층 이하 건물에 적용된다. 부천시 모텔은 9층짜리 건물이라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제진주 전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1차적으로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짓는 게 중요하다"며 "자동으로 방화문이 닫히는 특별 피난 계단이 이미 설치됐다면, 사고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췄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피난 계단은 문이 하나라 외부 연기가 일부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면 특별피난 계단은 밖에서 문을 열었을 때 조그만 방(전실)이 달려 있어 연기를 강력하게 차단해준다"고 덧붙였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