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아줘서 고마워"…후원금 먹튀 논란 택배견 경태 근황

임시보호 받으며 심장병 수술 받고 회복 중

택배견 활동 당시 경태(경태 인스타그램)와 최근 건강해진 경태의 모습(코리안독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송아 기자 =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6시간 넘는 대수술을 견딘 기특한 경태."

견주의 후원금 '먹튀' 논란으로 갈 곳을 잃었던 택배견 '경태'가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13일 사단법인 코리안독스에 따르면 경태는 최근 24시 넬동물의료센터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 회복 중에 있다.

몰티즈(말티즈) 종의 유기견 경태는 2013년 A 씨가 발견해 키우게 됐다. 당시 뼈가 부러지고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었다. 분리불안 증세까지 있었던 터라 택배기사인 A 씨는 2018년부터 경태와 함께 다녔다.

2020년 12월 조수석에 혼자 있던 경태를 본 한 주민은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이에 A 씨가 속사정을 공개하면서 경태는 보호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택배견'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번식장에서 구조된 시츄 종의 태희까지 입양해 훈훈함을 더했다.

하지만 애견인들의 응원을 받은 것도 잠시. A씨가 여자친구 B씨와 공모해 경태의 심장병 치료비 등 명분을 내세워 후원금을 받은 뒤 잠적한 사실이 알려졌다. 알고 보니 유기견도 아니고 후원금은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샀다.

이들은 도주 중 붙잡혀 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2023년 1월 사기,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2년을, B씨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같은해 9월 항소심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B 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하며 반성의 기회를 줬다.

A 씨가 구속된 이후 경태와 태희는 가족이 없어졌다. 다행히 코리안독스에서 구조해 보호를 하게 됐다. 당시 경태와 태희 모두 추정 나이 12세가 넘은 노령인데다가 건강이 좋지 않았다.

태희는 올해 봄에 안타깝게도 먼저 하늘로 갔다. 경태의 건강도 좋지 않았지만 한 임시보호자가 사비를 들여 동물병원을 수소문해 슬개골 수술을 해줬다. 산책을 힘들어하고 밤새 기침하는 모습을 본 경태의 임시보호자는 심장 수술을 결정했다.

넬동물의료센터 엄태흠 원장에 따르면 경태는 지난달 28일 심장 수술을 받았다.

추정 나이 14세인 경태는 심장 판막에 문제가 있었다. 이첨판폐쇄부전증으로 관리 받던 차에 이첨판막 수복수술(심장판막수술)을 하게 됐다.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수술은 예정대로 잘 됐고 회복도 빨라 수술 후 6일차에 퇴원을 했다. 현재 혈액이 좌심방으로 역류하지 않고 심장약도 끊은 상태다.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는 "경태가 작디작은 몸으로 대수술을 버텨줘서 기특하고 대견하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경태처럼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동물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욱 자세한 경태의 근황은 코리안독스(레인보우쉼터)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태의 근황이 담긴 영상은 이번주내 유튜브 채널 '가족이라면서요'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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