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현실판 "내 장례식 꼭 와줘, 얼굴 보고싶다"…세상 떠난 여중생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드라마 '더 글로리'의 현실판과도 같은 16세 학폭 피해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과 딸을 위해 전사가 된 엄마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24일 방송된 E채널 '한끗차이'에서는 '모성'을 주제로 학폭 피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故박주원 양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2015년 사고 당시 만 16세였던 박주원 양은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떨어져 3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박주원 양은 중학교 때부터 학교 폭력을 당했다. 학교에서 소위 '노는 무리'였던 친구는 박주원 양의 핸드폰을 자기 것처럼 쓴다는 사실을 자신의 엄마에게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시작했다.
박주원 양의 엄마는 "그때부터 딸이 계단에서 굴러 발목을 삐어 오거나, 쫄딱 젖어서 오는 등 이상한 일들이 많이 생겼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복구된 박주원 양의 핸드폰에서는 자신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으며, "계란에 밀가루 세례까지 받고 학교 쓰레기장에서 의자로도 맞았다"라는 메시지가 발견됐다.
또 박주원 양은 익명 채팅방에서 두 시간 동안 600개가 넘는 욕설을 듣기도 했다. 해당 익명 채팅방에 대해 박지선 교수는 "공격성이 갑자기 고조되는 '익명성', '집단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다 갖췄다. 서로 더 험한 말을 해서 피해자한테 모욕을 주고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일로 결국 박주원 양은 지방의 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다. 가수 이찬원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왜 피해자가 숨어 살아야 하고 전학을 가야 되나"라며 분노했다.
박주원 양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우연히 동네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와 마주친 뒤 또다시 친구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일주일간 학교에 결석한 박주원 양은 그다음 주 등교를 하루 앞두고 옥상에 올라갔다.
그리고 중학교 친구에게 "내 장례식이 있다면 와 줄 거야? 너 얼굴은 꼭 보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박지선 교수는 "우울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런 절망적인 상태가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사고가 가장 위험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주원 양의 사망에 대해 학교와 경찰 모두 '가해자 없음, 피해자 없음'이라고 같은 결론을 내렸다. 박주원 양의 엄마는 직접 증거를 모아 가해 학생을 비롯해 학교, 교육청, 익명 채팅에 참여한 학생 등 수십 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무대응한 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기각됐다.
그리고 1년 뒤 담당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항소가 취하됐을 뿐 아니라, 일부 승소했던 1심 판결도 패소로 뒤집혔다는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그럼에도 박주원 양의 엄마는 끝까지 싸울 것을 예고하며 진정한 모정을 확인케 했다.
박주원 양 사건은 수많은 시청자를 분노하게했다. '한끗차이' 공식 계정에는 "항소조차 못하게 만든 변호사, 학폭 가해자와 방관자들 모두 벌 받아야 한다", "우리가 피해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잊지 않는 것이다", "박주원 양 죽음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길 바란다", "허망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를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학폭은 진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댓글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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