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아빠가 '인사이드 아웃 2' 찡한 이유…"마음속 '이것' 있어"
20·30 세대, '불안' 캐릭터 공감…"경쟁 속에 내몰린 내 모습과 닮아"
- 김민수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윤주현 기자 = "아빠 마음에도 불안이 있나 봐"
11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극장 앞. 30대 남성 강 모 씨는 영화 '인사이드아웃2'를 관람한 후 어린 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이같이 말했다. 강 씨는 영화 속 '불안'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아동 영화로 생각하고 아이와 관람했는데 마음이 찡했다"며 "불안이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직장 내에서 성과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불안' 캐릭터에 공감한 어른들
지난달 12일 개봉한 인사이드아웃2가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715만 2737명을 기록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가운데 한국 흥행 4위에 올랐다. 관람객 연령대도 어린아이부터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 장년층까지 매우 다양하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 속편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 '불안'이었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감정 컨트롤 본부'가 있다는 것이 영화 인사이드아웃 시리즈의 주요 내용이다. 감정 컨트롤 본부를 조종하는 것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다. 2편의 줄거리는 사춘기로 접어든 13세 소녀 라일리에게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라는 낯선 감정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생기는 소동이다.
특히 '불안' 캐릭터는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라일리를 보호하기 위해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를 장악한다. 불안은 나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시종일관 '실패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초조해한다. 그러나 지나친 '불안'으로 결국 라일리는 친구와의 우정에도 금이 가고, '나는 아직 부족해'라는 말을 되뇌는 등 초조해하게 된다.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들도 영화 속 '불안' 캐릭터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회초년생이라는 2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불안이라는 감정은 사춘기를 넘어 인생 전반에 존재하는 감정이기에 어른들도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까지 마지막 학기를 앞둔 유은비 씨(25·여)는 "앞으로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취업이 가장 불안 요소인 것 같다"며 "격변하는 사춘기의 감정이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초년생인 나와 닮아있기 때문에 이입이 더 잘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불안'…"본인 내면 들여다봐야"
일각에선 인사이드아웃2가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이유는 세대를 아우르는 '불안함'이란 감정을 다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청년 세대에서 '불안한' 감정이 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한국의 사회적 불안과 사회보장의 과제'에 따르면 1986~2001년 출생한 집단은 미래에 희망이 없고, 취업 불황이 지속될 것이며,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세대 또한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현재 20·30세대가 유독 더 크게 느끼는 이유는 현대 한국 사회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며 "돈, 명예, 아파트와 같은 현상적 가치가 우선시되면서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남과 비교하는 문화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개인이 느끼는 불안이 과연 객관적인 감정인지, 아니면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감정인지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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