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앞에서 딸 집단 성폭행…살인은 안했지만, 오죽하면 10대에 '사형'

소년원 출신 4명 가정집 침입 1500만원 강탈[사건속 오늘]
"그냥 가면 신고한다" 끔찍한 만행…5년후 2명 사형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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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33년 전인 ​1991년 8월 29일 대법원은 배진순(19)과 김철우(19)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 사법 사상 두 번째, 세 번째로 10대에게 사형을 내린 순간이었다.

이들은 우리나라 마지막 10대 사형수였고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도 최고 형벌을 받은 아주 특이한 경우였다.

그만큼 당시 사법부는 이들의 범행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악행으로 판단한 것이다.

◇ 살인 전과 보유한 4인조 10대 강도강간범들

강도 및 절도전과 2범 배진순, 살인 등 전과 2범 김철우, 강도 및 폭력전과를 가진 박영환, 김권석 등 10대 4명은 1988년 가을, 소년원에서 만나 '한탕해 돈을 벌어 부자처럼 살아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1989년 6월부터 1990년 9월까지 서울 경기지역에서 10여 차례 강도강간 사건을 저질렀다.

그 과정에서 5000여만 원을 강탈했으며 신고를 막겠다며 부녀자 5명을 윤간했다.

봉변을 당한 여성 중 1명은 수치심에 세상을 등졌고 또 다른 이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심한 우울증에 빠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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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낮에 가정집 침입, 한 살짜리 아들 목에 칼 들이대고 1500만 원 강탈

이들이 사형선고를 받게 된 건 1990년 6월 12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저지른 대낮 강도강간 사건 때문이다.

오후 4시 40분쯤 문이 열린 A 씨(41) 집에 들어간 이들은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살짜리 아들 목에 칼을 들이대며 금품을 요구했다.

겁에 질린 A 씨가 장롱 속에 숨겨 놓았던 당시로선 상당한 거금인 현금 1500만 원을 내놓자 이들은 '신고를 막겠다'며 몹쓸 짓을 저질렀다.

◇ 신고 막겠다며 배진순 주도로 가족 앞에서 딸, 집단 성폭행

배진순은 '그냥 가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 뻔하다'며 친구들에게 눈짓, A 씨 딸(20)의 양팔을 붙잡게 했다.

이어 A 씨가 보는 앞에서 딸을 성폭행한 뒤 김철우, 김권석, 박영환에게 차례로 성폭행하라며 권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배진순 일당이 남긴 지문을 채취했지만 CCTV 등이 없었던 당시 상황의 한계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강도 행각으로 뺏은 수표를 사용하다가 1990년 9월 20일 덜미를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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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 배진순· 김철우· 김권석 사형· 박영환 무기징역

1990년 12월 7일 서울동부지법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우리 사회 법질서와 윤리체계를 송두리째 파괴했다"며 "짐승과 같은 집단적, 계획적 범행수법으로 볼 때 피고인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의 한 살짜리 아들 목에 칼을 들이댔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들을 성폭행한 범행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배진순·김철우 김권석에게 사형을, 박영환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1985년 5월 21일 부산지법 울산지원의 20대 여성을 납치한 뒤 잔인하게 살해한 일당 중 김 모 군(19)에게 사형을 선고한 이후 사상 두 번째로 10대에게 사형을 내린 순간이었다. 김 모 군은 1986년 2월 26일 대법원에 의해 사형이 확정됐다.

◇ 2심, 배진순· 김철우 사형 유지· 김권석 무기징역으로 감형

1991년 4월 서울고법은 김권석에 대해 "범행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며 무기징역형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배진순에 대해선 "범행을 주도한 점", 김철우에겐 "한 살짜리에게 서슴없이 칼을 들이대는 등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1심과 같이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 4명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의 법률적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1990년 9월 21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10대 강도 강간범들인 배진순(왼쪽부터) 김철우, 박영환, 김권석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이들 중 배진순, 김철우는 사형이 확정돼 1995년 11월 2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MBC 갈무리)

◇ 배진순· 김철우 1995년 11월 2일 사형집행…당시 만 24세

김영삼 정부는 1995년 11월 2일 19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교수형으로 진행된 사형집행은 11월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구치소에서 15명, 오전 10시부터 부산 구치소에서 1명, 대구 교도소에서 2명, 광주 교도소에서 1명이 각각 집행됐다.

이들 중에는 지존파 일당 6명, 택시 연쇄강간 살해범 온보현과 함께 만 24세가 된 배진순과 김철우도 들어있었다.

◇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집행 없어…정부 수립후 903명 사형 집행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뒤 지금까지 27년 8개월여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1997년 12월 30일까지 사형이 집행된 이는 모두 903명이다.

사형 집행 당시 나이를 기준으로 하면 미성년자로 사형대에 오른 이는 없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