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 사주고 싶다 했는데"…배달 알바 20대 불법유턴 택시에 참변

(JTBC 갈무리)
(JTBC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기초생활수급자 어머니, 구직 중인 형과 단칸방에 살던 20대 청년이 배달 알바를 하다 불법 유턴 택시에 치여 사망했다.

17일 JTBC, MBC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밤 강원 춘천시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최태훈 씨(22·남)가 불법 유턴을 하던 택시와 충돌했다.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최 씨는 한 건에 3500원인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최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뒤 숨졌다.

최 씨는 50대 기초수급자 어머니, 네 살 많은 형과 단칸방에 살았다. 최 씨의 부모는 최 씨가 여덟 살 때 이혼했고, 형제는 친척집과 보육원을 전전하다 어렵게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다. 먹고살기 힘들었지만 셋이 함께 사는 순간이 귀했고, 최 씨는 어머니를 잘 모시고 싶어 성인이 되자마자 돈을 벌었다.

군 제대 후 지난해 작은 회사에 취업했던 최 씨는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최근 다른 직장을 구했다. 구직 중인 형을 대신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던 최 씨는 새 직장을 나가기까지 짧은 기간 단칸방 월세를 내기 위해 배달일에 나섰고, 첫 출근을 앞둔 최 씨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최 씨의 형은 "(동생은) '내가 공부하면 오히려 짐이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빨리 성공해서 엄마 집을 사주고 싶다'고 말해왔다. 집 하나 사서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역하자마자 정말 열심히 일만 하던 동생이었다"고 말했다.

최 씨의 유족은 택시 기사가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며 불법 유턴 사망사고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최 씨의 형은 "(택시 기사가) 정말 죄송하다고 빌면, 저희가 조금은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었을 텐데"라며 착잡하게 말했다.

경찰은 60대 택시 기사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