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마저 비호"…정치 이어 스타로 확산하는 어긋난 '내 새끼 팬덤' 왜?

김호중 100억 기부했다더니 75억 '사재기 앨범'…복지기관 처치 곤란
전문가 "폐쇄적인 팬덤 확증편향 빠져…비난에 전쟁 상황처럼 결집"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5월3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4.5.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33) 씨의 팬들이 75억가량의 앨범을 사들여 기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극성 팬덤 층의 기부 문화가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에 이어 대중문화 영역에도 극단적인 팬덤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100억 기부 나눔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인 김호중 아티스트'라는 글이 게시됐다. 김 씨와 팬클럽이 그간 100억 가까운 금액을 기부했으니 김 씨를 선처해달라는 내용이다.

작성자는 "4년 동안 어려운 이웃들에게 약 100억 가까이 기부 나눔을 실천해 왔다"며 "천재적인 재능을 아깝게 여겨서 그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끔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기부 방식이다. 팬들이 주장한 기부금 100억 가운데 75억가량은 김 씨의 정규 2집 '파노라마' 앨범 52만 8000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돈이 아니라 김 씨의 앨범을 대거 사들여 기부한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은 앨범을 기부받은 복지기관은 '처치 곤란'으로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남는 앨범을 시설에서 자체 폐기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음반 판매량을 부풀리거나 사인회·팬 미팅 응모권을 얻기 위해 기부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상 사재기를 통한 홍보활동에 가까운데 기부라는 명칭 자체부터 상당히 포장돼 있다"고 꼬집었다.

비뚤어진 팬덤 문화는 비단 김 씨만의 일이 아니다. 유명인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고 복귀에 시동을 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마약, 성폭행, 세금 체납 논란이 일어 받은 박유천도 자숙 기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버닝썬 게이트' 핵심 멤버로 꼽히는 가수 최종훈 씨와 정준영 씨도 활동 재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5월3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4.5.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전문가들은 극성 팬덤이 범죄마저 감싸고 도는 것은 "폐쇄적인 팬덤 분위기 속에서 입맛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서로 지향하는 바가 같은 사람들끼리 뭉쳐 확증편향에 빠진 상태"라며 "특히 지지하는 연예인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경우 마치 전쟁이 일어난 상황처럼 서로 강하게 응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환경이 극성 팬덤의 폐쇄성을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문화 평론가는 "관심 있는 것들만 보여주는 SNS가 극단적인 팬덤 문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소셜미디어가 자기 '스타'를 중심으로 한 경쟁과 우월의식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곽 교수도 "예전에는 콘서트에 가서 응원하는 것 정도가 팬클럽 활동의 전부였다면 요즘은 SNS를 통해 팬들끼리도 활발하게 소통한다"며 "더 쉽고 빠르게 뭉쳐 점점 과격해지는 양상"이라고 짚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