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그리고 어울림" 시가 매력에 빠져드는 MZ…"와인과 닮았다"
부친 이어 시가 대중화 앞장선 마티아스 코헨 대표
상속세 폭탄에도 포기 않아…"시가 알릴 책무 있다"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한국에서 '시가(Cigar)'는 여전히 비주류다. 위스키나 와인같이 '고급 기호식품' 군에 꼽히기는 하나 '백해무익한 담배'라는 손가락질도 늘 뒤따른다. 하지만 국내에서 시가의 매력에 빠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 즐거움을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인생을 걸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뉴스1은 국내에서 2대에 걸쳐 시가 사업을 하는 마티아스 코헨 ㈜피에르 대표를 만나 시가의 매력에 대해서 물었다. 시가는 삶을 여유롭고 즐겁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고 단언한다.
◇시가가 가진 쉼과 뒤섞임의 매력…'와인'과도 닮아
국내에서 쿠바산 시가의 총판권을 가지고 있는 마티아스 대표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시가는 고사하고 담배도 입에 대본 적 없었다. 그는 능력 있는 와인 사업가로, 특히 국내에서 1세대 내추럴 와인 수입업자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시가를 접하게 된 것은 아버지인 피에르 코헨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었다.
프랑스 파리 출신인 아버지 피에르는 주한프랑스대사관 무역 담당 직원으로 한국에 왔다가 그대로 한국에 눌러앉았다. 그는 1994년도에 자신의 이름을 따 서울 남산 소월로에 '피에르 시가바'를 열고 한국에서 시가 시장을 개척했다. 한국에 강한 애정을 보이며 시가 이외에도 의류, 와인, 화장품, 자동차 무역 등 다양한 사업을 했지만 지난 2022년 9월 교통사고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됐다.
부친이 '1세대 사업가'로 평생을 일궈온 시가 사업은 마티아스 대표에게 남겨진 숙제가 됐다. 사실 마티아스 대표는 아버지의 사업 분야인 시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평소에 흡연하지도 않았고 시가도 즐기지 않았다. '뭐든지 하나만 판다'는 주의의 그는 자신의 사업 영역인 '와인'에만 몰두해 있었다. 심지어 마티아스 대표는 시가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시가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건 지금 시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다.
마티아스 대표는 아버지가 남겨준 사업을 재편하면서 시가의 매력에 대해서 알게 됐다. 직접 시가를 고르고 피워보니 자신의 전문 분야인 와인과도 시가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시가는 와인과 똑같다고 봐요. 특정한 밭과 특정한 기후에서 사람들이 이파리와 포도를 재배해서 숙성시키고 말리고 여러 공정을 통해서 만들어 낸 게 시가와 와인"이라며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과 풍미, 향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시가와 와인의 닮은 점이라도 말했다.
시가에 대해 '백지' 상태에 가까웠기에 시가가 주는 매력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그가 접한 시가는 한 대에 1만원부터 1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맛과 향은 시가의 종류뿐만 아니라 피우는 장소, 시간, 습도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그는 이런 시가를 접하게 되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시가가 주는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휴식'이라고 표현했다. 시가는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한 대를 피우는 데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시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비워둬야 하고 자연스럽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마티아스 대표는 "(손님들이)시가 바에 와서 한두시간 아무 생각 안 하고 같이 대화하고 힐링하고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성공했다고 봐요. 저는 이곳이 영혼을 위한 병원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이어 마티아스 대표가 시가의 매력으로 꼽은 것은 '뒤섞임'이다 시가를 피우면 서로의 연기가 하나로 뒤섞이듯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시가를 피우며 사업적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도움을 얻게 됐다고 했다.
◇상속세 폭탄에도 포기치 않아…시가 대중화 앞장설 것
마티아스 대표의 사업은 최근까지도 굴곡의 연속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가 맞닥뜨린 것은 막대한 상속세의 압박이었다. 아버지가 보유하고 있던 피에르의 지분에 더해 자신이 운영하던 와인 회사의 아버지 몫 지분에도 막대한 상속세가 붙었다.
창업자인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에다가, 과감하게 투자했던 내추럴 와인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손해가 막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불해야 할 청구서는 쌓여만 갔다. 마티아스 대표는 "정말 죽고 싶었다"라고 지난 2년을 되짚었다.
하지만 이런 역경에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저한테 주어진 숙제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패배자가 아니에요. 아버지한테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버지가 가시고 나서도 제가 가족들을 챙기고 상속세와 빚을 갚고 회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걸요"라고 말했다.
올해는 아버지가 한국에서 시가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째를 맞는 해이다. ㈜피에르의 30주년을 맞이해 마티아스 대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회사의 4번째 시가 매장을 열었다. 그가 피에르의 운영을 맡고 나서 처음으로 연 매장으로 마티아스 대표에겐 사실상의 첫 출발점이다.
'건강한 시가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티아스 대표는 대중들에게 시가를 알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고 국내에서 쿠바 시가 총판권을 가지고 있는 업자의 책무라고 했다.
그래서 마티아스 대표는 새로운 매장을 누구나 찾아오기 쉬운 밝고 포근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그는 "시가라는 게 무조건 위스키 바, 체스터필드 의자에 앉아서 어두침침한 곳에서 피는 건 아니에요. 이렇게 테라스 같은 곳에서 필 수도 있죠"라며 "정치인들, 돈 많이 버는 사업가들 우글우글 모이는 데가 아니에요. 거기에 맞는 값을 지불해야겠지만, 너도나도 즐길 수 있는 게 시가에요"라고 밝혔다.
실제 그의 바람처럼 최근 20~30대 사이에 시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장을 찾거나 시가 구매를 문의하는 연락이 늘어났다. '마초적'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최근에는 여성 고객들도 많이 늘었다는 것이 마티아스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마티아스 대표도 시가가 담배로 분류되며 객관적으로 과도한 흡연은 건강에 좋을 순 없다고 봤다. 다만 그는 "그렇게 치면 치킨도 콜라도 안 되는 거죠"라며 "적당한 선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정신적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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