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5대 재벌 계열사 16년간 2.2배 증가…경제민주화 실종"

"손쉽게 국내 이익 키우는 방향으로 비제조업 계열사 늘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주요 5대 재벌 계열사 및 업종 현황 발표 및 재벌 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성달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6.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국내 5대 재벌의 계열사 수가 16년간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벌 개혁이나 경제민주화 정책은 실종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5대 재벌 계열사 및 업종 현황 발표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에 재벌 개혁을 촉구했다.

이날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과거 정부 주도의 재벌 중심 성장이 가져온 경제 성장은 국민들도 다 평가하겠지만,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극심한 상황에 이르면서 재벌 세습, 황제 경영, 총수 일가 사익 편취를 위한 내부 거래, 단가 후려치기 등 많은 폐해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일자리 창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이번 발표 취지를 설명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5대 재벌 계열사는 2007년 227개에서 지난해 504개로 2.22배 증가했다. 제조업 계열사 수는 같은 기간 88개에서 153개로 1.74배 증가한 반면, 비제조업·서비스 계열사 수는 139개에서 351개로 2.53배 늘었다. 특히 지난해 기준 5대 재벌 계열사 전체에서 비제조업·서비스업 비중은 68.9%를 차지했다.

각 재벌 그룹의 계열사 증가 수는 △SK 158개 △롯데 55개 △LG 31개 △현대차 28개 △삼성 5개 순으로 나타났다. 비제조업 계열사 증가도 SK 그룹이 111개로 가장 두드러졌다.

건설·부동산·임대업 계열사는 롯데그룹이 19개 사로 가장 많았고, 금융·보험·증권은 삼성그룹이 16개로 가장 많았다. 전문·과학·기술·교육·사업지원 서비스업은 SK그룹이 30개로 1위였다.

이에 대해 경실련 측은 "재벌 계열사 구조가 여전히 과거 정부 주도 재벌 중심 발전 체계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며 "쉽고, 편리하게 진출이 가능하고 내부 거래가 용이한 금융업, 건설·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전문·과학·기술·교육·사업지원 서비스업 등에 중점을 두고 계열사를 확장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계열사 확장 방향에서도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재벌의 땅 사재기와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상호출자제한, 채무보증금지, 지주회사제도 등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에 출자받은 계열사는 다른 계열사에 출자를 금지하도록 2층으로 출자구조를 즉각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사실상 재벌들이 국내에서는 비제조업·서비스 쪽으로 주력하고, 전기·전자 쪽은 계열사도 늘리지 않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런 경제 구조를 정부와 정치권이 내버려두면 미래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해외 자회사로부터 얼마나 많은 배당금과 법인세를 감면받고 있는지 실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