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오물 풍선에 지붕 무너지고 다쳐도…"보상 어렵다" 왜?
각 지자체 보상 규정 없어…시민안전보험도 보장 범위 밖
軍도 "업무 범위 아냐"…2021년 법 개정 추진했으나 중단
- 서상혁 기자,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홍유진 기자 = 북한이 살포한 전단(삐라) 뭉치로 피해를 보아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마땅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오물 풍선 등 추가 전단 살포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최근 오물 풍선과 같이 북한이 날려 보낸 물체가 낙하해 상해를 입거나, 재산상 피해를 보아도 보상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법령상 북한의 삐라 등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보상할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북한 오물 풍선이나 전단지 피해 보상 관련한 제도나 예산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가 재난 피해 시민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시민안전보험'으로 보상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이 상품에는 '사회 재난 후유 장해'가 보장 항목으로 담겨 있긴 하다. 다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정한 사회 재난으로 피해를 본 경우에만 보장되는 만큼, 삐라 뭉치로 인한 피해가 '재난'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더구나 이마저도 '특약' 사향이라, 지자체마다 상황이 다르다. 자동차나 건물 등 '대물' 피해는 아예 보장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군 역시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관련 이슈를 모두 군에서 다루는 건 아니다"라며 "삐라 관련 피해 보상은 군의 업무 범위 밖"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날린 전단으로 인한 피해는 그간 종종 있었다. 지난 2016년엔 북한에서 보낸 오물 풍선이 고양시 일대에 떨어지면서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었다. 지난달 29일에도 오물 풍선으로 전국 곳곳에서 비닐하우스 지붕이 뚫리기도 했다.
현재로선 이런 피해가 발생해도 개인이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가 할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보험사에 구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긴 하나, 선례가 없어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같은 사각지대를 인지하고 지난 2021년 4월 적 침투 혹은 도발에 따른 국민의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상할 근거를 담은 민방위기본법 개정을 준비했다. 하지만 입법 예고 단계에서 중단됐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계속해서 날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신속하게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환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는 "민방위기본법은 전시 상황에 맞춰 만들어졌는데, 삐라나 오물 풍선을 전시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며 "지자체가 가입한 시민안전보험의 보장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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