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고 악수하고 후보 '무방비'…검·경 '정치 테러' 차단 안간힘
올해만 '정치 테러' 두 번 발생…과거에도 선거운동 기간에 집중
'검수완박' 후 첫 선거…시험대 오른 경찰 수사역량
- 홍유진 기자,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서상혁 기자 =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정치 테러'에 대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과 대면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정치공방이 가열되면서 상대방 후보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방문 중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중학생에게 돌로 머리를 수십 차례 가격당하는 일까지 일어나면서 유사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수사 전담 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고, 불법행위 발생에 대비해 인력 배치를 늘리는 등 선거 범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역시 "작은 선거폭력이라도 초기부터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유세 현장 긴장감 고조
1일 경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4·10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주요 정당 후보자와 선거사무원들은 오는 9일까지 거리 유세를 펼치며 유권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공개 장소에서 연설할 수 있다.
문제는 악수, 사진 촬영 등 유권자와의 스킨십을 중시하는 정치 문화 특성상 후보자들이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소통에 주력해야 하는 후보자 입장에서 유권자들을 일일이 경계할 수도 없어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많다.
더구나 올해 들어 이재명 후보, 배현진 의원 등 '정치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경찰이 느끼는 부담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선거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당연히 긴장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며 "업무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수완박' 후 첫 선거, 경찰 수사역량 시험대…24시간 대응 체제 돌입
경찰은 이번 선거가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이 조정된 뒤 치러지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지휘 없이 경찰이 오롯이 선거 범죄 수사를 도맡게 된 만큼 경찰이 수사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지난해 9월 개정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시행됨에 따라 경찰은 선거범죄 단속, 수사개시, 송치 등 전 과정에서 수사 권한을 가져오게 됐다.
우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달 7일부터 전국 278개 경찰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24시간 대응 체제를 갖춰 선거 관련 불법 행위에 빈틈없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 폭행·협박 등으로 유세를 방해하는 행위가 발생하면 강도 높게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수사상황실을 중심으로 범죄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흑색선전 등 허위사실 유포 행위까지 단속하고 있다. 상황실에 편성된 수사관만 약 3000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지자와 반대자 간의 충돌이나 불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경찰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라며 "다수인이 몰리는 유세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년사에서 "경찰의 책임 수사체제가 구축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총선"이라며 "경찰의 수사 역량을 국민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선거사범 전담수사반'을 편성하는 등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 검찰은 단계별 특별근무 체계를 가동해 공소시효 완료일인 올해 10월 10일까지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한다. 검·경은 검사와 사법경찰관 간 수사 준칙을 활용해 증거 수집과 법령 적용 등에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정치 폭력'
실제로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 사태는 유권자와의 접촉이 늘어나는 선거운동 기간에 집중된다.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을 찾았다가 50대 남성이 휘두른 커터 칼에 오른쪽 뺨에 자상을 입었다. 2022년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신촌 유세 과정에서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하기도 했다.
지난 28일에는 이재명 후보의 유세 현장 인근에서 칼 2자루를 품고 있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조사 결과 웨딩홀 직원이었던 A 씨는 칼을 갈기 위해 시장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찰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비록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유세 현장에서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는 사례다.
유세 현장을 함께 뛰는 선거사무원들도 혹시 모를 상황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지지 성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 후보자 캠프의 선거운동원들을 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9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운동 중에는 자신을 민주당이라고 밝힌 50대 여성이 유세 중이던 김태우 후보 측 선거운동원에게 욕설하고 우산을 휘두르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이 여성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cym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