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소환된 사형제…27년간 사실상 사형 폐지 바뀔까[체크리스트]

사형 재개 법체계상 지금도 가능…'인권 퇴보' 비판 득실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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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최근 여야가 사형제 존폐 문제를 언급하면서 찬반 논란이 다시 뜨겁다. 지난 27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사형'이 법에 명시돼 있어 언제든 집행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사형 집행 재개를 논의하려면 사형의 법리적 의의와 사회적 실효성 등을 다각도로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형제 이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20일 "갑자기 집 앞에 이사 온 사람이 떡 돌리는데, 조두순이다, 이러면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사형제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포을 지역구 의원으로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은 홍철호 후보 역시 지난 6일 '사형 집행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야당에서는 인권·종교단체 측에서 요구하는 사형제 폐지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월 천주교계와 만난 자리에서 "사형제 폐지 문제를 여야 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 집행 재개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득실 따져야 할 문제"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 체계상 사형제가 존치하는 상황이고, 사형수로 수감돼 있는 범죄자도 있기 때문에 대통령 승인을 거쳐 법무부 장관이 명령하면 사형 집행을 재개할 수 있다.

다만 재개할 경우 '인권 퇴보'라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집중 포화를 피하기 어렵다. 반면 사형 집행으로 거두는 실익이 그만큼 클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년 이상 사형 집행을 안 하다가 갑자기 한다고 하면 '인권 퇴보다, 후진국이다' 해서 국내외에서 비판이 많을 것"이라며 "그걸 감수할 만큼 꼭 해야 되느냐, 그럴 만한 뚜렷한 이익이 무엇이 있을까 득실을 따졌을 때 어느 쪽이 더 크냐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제도가 우리 법질서나 사회질서에 어느 정도로 기여하느냐를 판단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며 "과거 사형을 집행할 때와 지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을 때 범죄율 변화가 어떤 식으로 유의미하게 있었는지 등을 엄밀하게 논증하고 검증해야 하는데 그 작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사형제를 시행하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의 강력범죄율이 그다지 차이 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사형제를 폐지했지만 사형을 빈번하게 집행하는 중국보다 강력범죄가 훨씬 적다는 점도 사형제의 범죄 억지력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범죄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과, 살인 범죄피해자 유족들을 대신해 국가가 내리는 형벌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사형제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사형시설을 재정비하라고 지시를 내린 후 사형수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온순해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었다. "어차피 사형수라 잃을 것이 없다"고 말썽 부리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조차 서울구치소로 옮겨진 후 모범수가 됐다는 것이다.

또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과 관악구 등산로 살인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흉악 범죄로 인해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헌재는 '합헌' 결정…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대안?

헌법재판소 ⓒ 뉴스1

반면 사형제 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 법이 범죄자에 대한 형벌보다는 교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윤리적 측면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존엄한 생명권을 박탈하는 건 사람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사형제는 종종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두 차례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고, 현재 세 번째로 사형제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합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

장 교수는 "헌법에는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은 사형을 제외하고 단심으로 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있다"며 "헌법에 사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인데 헌재 결정에서도 그 문구가 합헌 결정이 나온 중요한 근거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합헌 결정이 났다고 해서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위헌이 아닐 뿐, 사형제 존폐 문제는 입법적 영역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합헌이라는 것은 단지 헌법 체계상 무효로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라며 "헌법에 합치되느냐 안 되느냐 문제를 넘어서서 인간 윤리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사형제가 폐지될 경우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거론되기도 한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뒤 가석방으로 출소한 전과자가 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가석방 자체가 법무부 재량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굳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한 교수는 "20년이 지났어도 교화가 안 되면 법무부가 가석방을 안 시키면 된다"며 "우리 교정 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하지는 않고 마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 국민들에게 더 의미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포퓰리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