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면허제'에 뿔난 의사들…환자는 '숙련된 의사'를 원한다

필수의료 패키지에 포함된 '개원면허제'에 의사들 반발
英·美 등에선 개원면허제 채택…정부, 임상수련의 제도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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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장성희 기자 = "아무래도 수련을 더 많이 한 의사가 전문성이 더 생기지 않을까요."

27일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의원에서 만난 중년 여성 환자 A 씨는 "아프면 경력 있는 선생님께 당연히 진료받고 싶다"며 "경력이 더 쌓인 (의사면) 환자는 더 안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공백 차단을 위해 검토 중인 '개원면허제'를 두고 의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환자 대부분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현행 1년제 '인턴' 대신 2년간 여러 진료 과목을 거치는 '임상수련의' 제도로 변경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 '개원면허제' 환자들은 환영, 의사들은 반대 왜?

이날 <뉴스1>이 여러 피부과에서 만난 환자들은 수련 경험이 없는 의사보다 임상 수련을 마친 '숙련된 의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우리나라는 의사 국가고시만 통과하면 일반의 자격으로 개원가에 뛰어들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 소위 필수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한 이유 중 하나로 의사들이 힘든 수련의 과정 대신 수익이 바로 보장되는 피부과·성형외과 개원가로 몰리는 데 반해 필수의료 분야는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의료 개혁의 방안으로 개원면허제를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원면허제'는 말 그대로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만 개원 자격을 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임상수련의 인력을 확보,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한 개원의들이 미리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아 안정적인 진료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집단행동을 벌이는 배경에는 의대 증원에 못지않게 개원면허제에 대한 반발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피부과를 방문한 홍 모 씨(20대·여)는 "큰 병원에서는 오래 대기해야 하는데 숙련된 의사가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며 "피부과도 훨씬 믿을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피부과에서 만난 30대 여성 B 씨는 "단순히 시험 하나를 통과한 경우보다 수련 과정을 거친 쪽이 더 시야가 넓을 것 같다"며 "현장 대응력도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 지 8일째인 2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영국·캐나다·미국 등 개원면허제 채택…국내서도 '개원 자격 강화' 목소리

해외에서는 이미 개원면허제를 채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 영국과 캐나다, 미국에서는 2~3년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의사 면허, 또는 진료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개원의 자격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개원해서 바로 환자를 보는 것은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제도"라며 임상수련의 제도에 적극 찬성했다.

다만 개원의가 다수인 대한의사협회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막는 지나친 규제라고 본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 전국 의사 대표자 회의 결의문에서 "정부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선택권을 침해하고 의사의 진료권을 옥죄는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임상 수련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개원의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의를 딴 후 수도권에서 피부과를 개원한 의사 C 씨는 "수술은 서울 '빅5' 병원에서 다하는 실정에서 지방 병원에서 몇 년 더 수련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빅5' 병원에서 큰 수술할 의사가 부족한 것이지 우리나라에는 의사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