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짓 하러 갔다 성폭행, 시신은 물탱크에…머그컵 등장시킨 '김길태'

저항하자 살해, 시신 옆에서 잠자고 사건 은닉 시도 [사건속 오늘]
도주하며 주변엔 "사람 안 죽였다" …흉악범 신상공개 기준 신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14년 전, 2010년 2월24일 부산광역시 덕포동에서 한 소녀가 사라졌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모두가 생존을 바랐던 그 소녀는 실종 2주 만에 가정집 물탱크에서 나체 상태로 숨진 재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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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세 소녀를 납치 성폭행 살해 뒤 시신을 물탱크 유기한 악마

2010년 2월 24일 저녁 피해자 13세 소녀가 혼자 있던 집에 단순 절도를 위해 침입한 김길태는 집 안에 있던 소녀를 발견했다. 꿈틀거리던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소녀를 납치해 빈집에서 성폭행했다.

나쁜 시력 탓에 안경 없이는 눈앞 물건도 잘 보지 못했던 소녀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계속해서 저항했지만, 김길태는 그런 소녀의 입을 막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그 옆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난 김길태는 다음날인 25일 새벽 시체를 빈집 옆에 있는 파란색 물탱크에 넣고, 은닉을 시도했다.

이후 김길태는 부모, 친구, 지인들에게 10여 차례 공중전화 등을 이용해 "사람을 죽인 적 없다"고 부인하며 도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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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관 폭행, 격렬 저항 끝에 검거

경찰은 사건 신고 접수 열흘 뒤인 3월 7일 집 부근에 있는 폐가 건물 물탱크에서 나체로 숨져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미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배한 김길태를 소녀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그를 특정해 수사를 진행했다.

사건 현장 수색을 하고 있던 경찰들은 김길태가 도주한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추적 후 검거했다. 김길태는 당시 사건 현장 근처 빈집서 은신하던 중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주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김길태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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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된 범행 부인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

김길태는 DNA 검사도 '100% 일치한다'고 나왔지만 1월, 20대 여성 성폭행 혐의만 인정했을 뿐 소녀 성폭행 살해 혐의는 계속 부인하고 불리한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지인을 소환하는 등 계속된 회유에도 범행을 자백하지 않자 경찰은 2010년 3월 14일 거짓말 탐지기 조사와 뇌파 조사 실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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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3분의 1을 교도소에서 보낸 김길태

김길태는 1977년 가을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동의 모 교회 앞에 버려진 상태로 발견됐다.

그를 입양한 양부모에 따르면 김길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리고 조용하고 어두운 성격이었으며, 고교 시절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더욱 엇나가기 시작했다.

김길태는 1994년부터 절도 혐의로 소년원에 드나들기 시작하였으며, 부산의 한 상업계 고등학교를 1년 다니다 중퇴했다. 이후 폭행, 절도, 구타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고, 1997년 성폭력 미수와 2001년 부녀자를 감금하고 성폭력 하여 교도소에서 8년 동안 복역하고 2009년 6월에 출소한 김길태는 또다시 2010년 1월 20대 여성을 성폭력하고 감금한 혐의로 수배를 받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 사형선고에 "죄 없다" 항소장 제출…무기징역 감형

2010년 6월 25일 부산지방법원 형사 5부 재판관 구남수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성폭행 범죄 전력이 있는 데다 반인륜적, 반사회적 범죄를 거듭하는 점, 오로지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어린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점,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점, 폭력적인 성향 등을 고려할 때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형은 문명사회에서 예외적 형벌이어야 하지만, 고통 속에 숨진 피해자의 생명이 피고인의 생명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며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2010년 7월 2일 김길태는 무죄라는 취지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2010년 12월 15일 부산고등법원은 "피고인의 범행에 사회의 책임도 일부 있으며 여론에 휩싸여 함부로 사형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47세가 된 김길태는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경기도 안산시내 거주지 인근에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다. 2021.1.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범죄, 가석방 가능성도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이 터진 부산에도 사상경찰서 관내인 덕포동 일대에는 단 2개의 CCTV만 있었다. 또 당시 좁은 골목 때문에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또 지역 특성 때문에 잡힐 뻔했던 김길태가 도주할 수 있었다.

범행 당시 김길태는 철길을 따라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론상 김길태는 2030년부터 가석방 대상자이지만 아동성범죄, 강간살인이라는 극악무도한 죄목 때문에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기각되거나 아예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머그샷'을 공개하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3.10.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흉악범 얼굴(머그샷) 신상공개 기준 신설

김길태 사건이 준 충격파가 대단해지자 경찰은 2010년 3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 달 뒤인 4월15일 '특정강력범죄법'이 개정되면서 흉악범의 신상공개 기준이 신설됐다.

2024년 1월 25일부터 시행된 중대범죄 신상공개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머그샷 공개는 30일 이내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어야 한다. 기존에는 특정강력범죄와 성범죄 피의자만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었지만 이 법 시행으로 △외환·내란 △폭발물 사용 △방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조직·마약 범죄 피의자와 피고인도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중대범죄 피의자의 '머그샷(체포된 범죄자를 촬영한 사진)'을 피의자가 거부해도 강제로 촬영해 공개할 수 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