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병립형이 뭐길래…총선 코앞인데 아직 논의중[리뷰1]
현행 유지 거대 양당 불리, 소수당 유리
실리냐 명분이냐…與 '회귀' 野 '고민',
- 박동해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유민주 기자 =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가 아직 선거제도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미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총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룰'도 모른 채 선수들은 이미 경기를 시작한 모양새다. 이번 총선이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정치권에서는 선거제 합의를 위한 수차례 논의와 대화가 있었다. 선거제 논의를 위해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렸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도 진행됐다.
지난해 9월 여야는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전국을 3개 지역으로 나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데까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에 대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것인지 과거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것인지를 두고 현재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준연동형, 병립형…그게 대체 뭔데?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병립형 비례제는 현재 총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당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방식다. 단순하게 정당득표율과 비례대표 의석수가 병립하기 때문에 정당득표율이 많은 쪽이 다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계산이 간단하고 이해도 쉽다. 20대 총선까지 이 병립형으로 비례대표를 배분했다.
이에 반해 연동형은 정당득표율을 국회의원 정수(300석)와 연동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못 미치면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형식이다. 병립형에 비해 다소 복잡하지만 국민들의 정당 지지도가 의석 배분에 그대로 반영되고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해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정당이 지역구 10석과 10%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고 가정해 보자. 병립형을 채택했을 경우 비례 47석 중 10%인 5석(4.7에서 반올림)을 가져가게 돼 총 15석의 의원수를 확보하게 된다. 연동형을 채택하면 전체 의석 300석의 10%인 30석을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20석의 비례대표를 얻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이 채택하고 있는 비례대표 제도는 '완전' 연동형 비례제가 아닌 준연동형이다. 정당득표율의 연동비율이 50%이고 비례대표 47석의 30석까지만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한다. 나머지 17석은 병립형으로 정당들이 배분하게 된다.
이에 따라 A당의 경우 정당지지율로 확보된 30석 중 지역구에서 얻은 10석을 빼고 남은 20석을 다시 50%의 연동비율을 맞추면 10석을 연동형으로 얻게 되고, 병립형으로 2석(1.7)을 배분받게 된다. 총 22석의 의석을 얻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단순한 상황을 예로 든 것으로 실제 투표에서는 각 정당별 득표율, 무소속 의원의 존재 등으로 계산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또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47석이 모두 준연동형의 적용을 받게된다.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에서 다수의 의석 확보가 가능한 거대 정당 입장에서는 불리한 제도다. 정당득표율이 높아도 지역구 의석을 제외하고 분배를 받으니 비례 의석이 0석이 될 확률이 높다. 반면 주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 지역구 의원 배출이 어려운 군소정당에는 정당득표율로 얻을 수 있는 의석이 늘어나 그만큼 유리해진다.
지난 2019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이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을 밀어붙인 이유도 군소정당 표의 사표화되는 것을 막고, 여러 배경을 가진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을 유도해 국회의 대표성·비례성·다양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준연동형 비례제는 난관에 부딪혔다. 비례대표를 늘리지 못하고, 50% 연동에 불과한 '반쪽짜리 연동제'라는 비판도 뼈아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위성정당'의 난립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 자체를 거부했고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미래한국당은 지역구 의원을 내지 않고 자유한국당의 정당득표율을 흡수해 19석의 비례대표를 배출한 뒤 다시 자유한국당의 후신인 미래통합당과 합당했다.
민주당 또한 초기에는 위성정당 창당에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기본소득당, 시대전환과 함께 사실상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한다. 명목은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대응한다는 것이었지만 자신들이 세운 법의 취지를 자신들이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의 대표성·비례성·다양성을 높이겠다고 제도를 만들었지만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결국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고 양당 제도만 공고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도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이유는 위성정당 탄생이 불가피하고, 제도 자체가 복잡해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며,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했다고 비례 의석에 페널티를 주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아직 내부의 의견 조율을 마치지 못하고 있다. 당내 지도부는 현실적인 선거 승리를 위해 병립형 회귀를 고민했지만 당 내에서 명분을 내세우는 세력의 반발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제 3지대 출현에 더 깊어지는 고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벗어난 세력들이 제3지대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현재 거대 양당에는 부담이 된다.
현행 선거제에 따르면 22대 총선부터는 비례대표 47석 모두가 준연동형 비례제에 적용을 받는다. 군소정당에 돌아갈 수 있는 몫이 더 커진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되고 양당이 위성정당을 내지 않으면 47석 전체가 신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몫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준연동형이 유지될 경우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기조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니 명분을 내세우는 내부 반발을 잠재우기 어렵고 준연동형으로 가자니 선거 패배가 예상되기에 지도부의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위성정당을 대놓고 만드는 것도 현 제도를 설계한 민주당에는 부담이 된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명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 방지법' 같은 대안을 적용하자는 절충안도 나왔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위성정당 방지법(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지역구 다수당과 비례대표 다수당이 합당할 경우 국가보조금을 삭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헌법에서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제도적으로 위성정당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면서 정부·여당과 맞서기 위한 '민주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을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계열 정치권에 제안했다. 선거 이후에 민주당 의원들이 소속정당으로 복귀하더라도 군소정당들이 모여 교섭단체를 꾸리고 정치적인 연대를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선거제 개편은 여야 간 합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사실상 키를 쥐고 있다. 준연동형을 유지하기로 한다면 현행제도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기에 별도의 합의가 필요치 않고,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면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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