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용주골 여성 "분유 안 훔치고 애들 키울 수 있는 곳이었다" 울먹
"지원금보단 자립할 시간을 달라"
"2년 정도면 평범하게 살 수 있어"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경기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의 폐쇄가 결정되면서 건물 일부가 강제 철거된 가운데 성매매 종사 여성이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울먹였다.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는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수도권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여성들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해당 채널에 따르면 현재 용주골에는 성매매 종사자 85명, 업소 50개 정도가 남아있다.
성매매 종사자 A씨는 "저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는데 아이 아빠와 살면서 생긴 빚을 갚으면서 저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살 수 있을까 싶었다"며 "(성매매는) 저에게 최고 마지막 단계였다. TV에서 보면 애들 분유 훔치는 경우가 있는데 저에게 그런 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하는 곳이 여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용주골 폐쇄에 대해 A씨는 "어느 날 갑자기 철거하겠다고, 없애겠다고 해서 올 한 해는 쫓기듯이 지내고 있다"며 "TV에서 예전에 보던 불법 철거하는 것처럼 (용역들이) 강제로 들어와서 내 집의 문을 뜯어갔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 훈련을 위해 2년 동안 최대 400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조례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이거를 듣고 나면 누군가는 우리들이 (지원금을) 더 받으려고 이런 시위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지원금이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굳이 파주시의 돈을 쓰면서까지 하지 않아도 우리가 자립해서 나가겠다, 저희는 우리가 자립할 수 있는 기간을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아가씨들이 그냥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다 각자 언제쯤 내가 나가서 평범하게 살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저 같은 경우는 한 2년 정도만 있으면 나도 나가서 평범하게 살 수 있겠다, 내 아이들과 같이 여느 가정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고 했다.
이어 "결국은 그 아가씨들도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평범하게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용주골에) 들어와서 내 집인 것처럼 살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에게 (용주골 폐쇄는) 다시 한번 '내가 제대로 살 수 없는 사람이구나', '어디에서도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는 거다"라고 토로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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