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님이 별세하셨습니다" 부고장 붙은 동네 약국, 포스트잇 가득…무슨 사연?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손님들에게 늘 친절을 베풀었던 약사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생전 고인이 운영했던 약국 앞에 애도의 포스트잇이 가득 붙었다.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친절한 약사의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약사 A씨는 아내와 함께 약국을 운영했다. 평소에도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늦게까지 어둑한 골목을 밝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을 닫는 일이 하루이틀 늘어났고, 한 달 넘게 닫혀 있던 약국에는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닫습니다'라는 공지에 이어 부고 안내장이 붙었다.
이후 약국에는 손님들이 써 내려간 메모가 하나둘 붙기 시작했다.
고인의 딸 B씨에 따르면 작년 어느 날 어머니가 음주 무면허 오토바이 정면충돌 사고를 당해 폐기능 영구 장애 판정을 받았다.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행복한 순간도 잠시 아버지가 폐동맥 혈전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B씨는 "칠순 생일 3일 남겨두고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로 아빠를 떠나보냈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울어주고 안타까워해 주실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도 모든 게 꿈만 같다. 금방이라도 항상 계시던 그곳에서 웃어주실 것만 같다. 아직 몸이 많이 불편하신 어머니와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지 못하는 동생 때문에 씩씩하게 버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약국을 찾아와주시고 기억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제보자, 키크니님께도 아버지를 대신해 정말 감사드린다. 조금은 쑥쓰러워하셨겠지만 너무 행복해하셨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한 단골손님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듯하다. 약국이 불 꺼진 뒤로 골목이 어두워서 더 마음이 아프고 주민들 몸 돌보시느라 본인 몸은 살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프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며 애도했다.
이외에도 "약국이 정리된 모습을 보니 따뜻했던 골목이 쓸쓸해진 거 같다. 약사님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다", "39년 동안 동네 건강지킴이로 자리 지키셨다는데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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