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첫 '직선제 회장' 눈앞…'셀프 개혁' 가능할까

21일 사상 첫 직선제로 선출…회장 직무대행 등 9명 출마
전 회장 검찰 기소·PF 대출 부실 우려로 '개혁' 공약 주류

김성렬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283조원에 이르는 자산 규모를 책임지는 새마을금고가 사상 처음 직선제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전 회장 등 고위 간부들의 검찰 기소에 PF(프로젝트 파이낸스) 부실 우려까지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후보들은 일제히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16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19대 중앙회장이 21일 선출된다. 새마을금고는 조합원수 866만명에 283조원의 자산 규모를 가진 국내 대표 서민금융기관이다.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차훈 전 회장의 사임에 따른 보궐선거여서 이번 회장 임기는 기존 4년보다 짧아 22일부터 2026년 3월14일까지다.

중앙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은 1963년 새마을금고 창립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약 350명의 대의원이 투표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했다. 새마을금고법이 개정되며 올해부터는 1291명에 달하는 각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등록 후보는 김인 중앙회장 직무대행(남대문충무로금고 이사장) 김현수 중앙회 이사(대구 더조은새마을금고 이사장) 송호선 MG신용정보 대표, 이순수 전 안양남부새마을금고 이사장, 우기만 남원새마을금고 이사장, 이현희 북경주새마을금고 이사장, 용화식 송정군자새마을금고 이사장, 최천만 부평새마을금고 이사장, 김경태 우리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 총 9명이다.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중앙회 개혁을 외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올해 이른바 '부실 의혹' 등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악재들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무리한 부동산 PF 대출로 인한 높은 연체율로 부실 의혹이 제기되면서 예금자들이 앞다퉈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조짐이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이 총출동해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부실한 감독·규제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월에는 박차훈 전 회장이 중앙회 임원과 자산운용사 대표 등으로부터 2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번 보궐선거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다.

박 전 회장 측근 2명은 뒷돈을 받고 새마을금고 펀드 출자금을 특정 회사에 유치해준 일로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앞다퉈 부실 채권 해소와 중앙회장 권한 약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다.

김현수 후보는 금고 부실채권 저리를 위한 새마을금고 자산관리회사 설립 등을 내세웠다. 중앙회 감독권 개선 차원에서는 중앙회 검사권의 분리·독립도 강조하고 있다.

이순수 후보는 '회장 연봉 1원'·'금고별 PF 대출 부실채권 전액 매입' 등 파격 공약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최천만 후보는 중앙회 감사위원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김인 후보는 MG자산관리회사(가칭) 설립을 공약했다. 별도 회사로 자산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이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로 길지 않은 편인 데다 투표 직전 이뤄질 합동연설 외에 이렇다 할 정책경쟁의 장이 없어 기존 집행부 출신 김인·김현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사상 첫 직선제라는 큰 변수가 있어 아직 누구도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