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소통 강화하는 정부…의료계는 여전히 '강경'(종합)

소비자·환자 만나고 전공의·병원장 등 의료계 의견수렴 박차
환자단체 "형사처벌·책임 완화에 집중? 국민정서 맞지 않아"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왼쪽)이 7일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보건의료수요자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김기성 기자 =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의료계는 물론 연일 소비자단체·환자단체를 잇따라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논의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협은 일선 의사들의 반대 여론을 거듭 제시하며 우선 자신들과의 협의가 이뤄진 뒤에 사회적 공론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간 간극이 더 멀어지는 양상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날(6일)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소비자단체연합회를 만난 데 이어 7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를 각각 만나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환자단체와의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정책의 최종 목표는 국민이다.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를 개선하고 환자 권익 등도 함께 증진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4개 단체는 의대 정원 확충과 함께 양성된 의사가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할 수 있게 할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들은 국민이 질환 중증도, 응급 여부에 따라 적기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등 다양한 의료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필요한 곳에 의료자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국민의 합리적인 의료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간담회가 끝난 뒤 "다양한 의견과 충분한 토론을 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미래 의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 인력 규모를 예측해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법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의료인의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논의에 대해서는 "피해자나 유족이 겪는 울분과 트라우마, 입증책임 부담, 고액의 소송비, 장기간의 소송기간에 대한 개선없이 의료인 법적책임 완화 조치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반감만 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연합회는 △비수도권 지역 의대 지역인재 전형 요건 강화와 의무 선발 비율 확대 △필수의료 분야 공공정책 수가와 재정 투입에 따른 성과평가 체계 구축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부담이 될 입증책임 전환 또는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복지부는 1월부터 가동한 의료현안 협의체에 더해, 8월부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개최와 산하 전문위원회를 통해 추진력을 키우고 있다. 전날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해 첫 회의를 하고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 의대생 증원 수요를 검토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의학계 원로·중진들을 만나, 의대 증원 등 종합적인 지역 필수의료 강화 정책 추진 방향을 소개하고 의견을 들었다. 이날 저녁에는 조 장관이 서울 모처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원진들을 만난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인 인턴, 레지던트 등의 단체인 대전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방침에 직접적 영향이 큰 단체로 꼽힌다. 대체로 젊은 의사들인 데다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때 이들의 단체 행동이 당시 정책을 꺾은 바 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만난 데 이어 이번주 중 중소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각 병원장의 구체적 입장은 다르지만 의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병원일수록,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필수의료를 살릴 묘안이 아니란 입장이다. 의협 측은 지난 2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정부가 정원 확대 근거로 보는 연구를 지적하며 "정치 논리가 배제된,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의대 정원을 책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1일 보정심 회의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과거 합의에 맞춰 보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우선 논의해야 하는데 의대 증원을 보정심에서 다루는 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하는 협상단원을 교체한다고 이날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의대 정원 논의 태도의 변화를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이로 인해 의료현안협의체 제17차 회의 개최는 당분간 미뤄질 예정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