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이태원 분향소…서울시·유족 '평행선' 언제까지

[이태원 참사 1년] 서울시 "1주기 이후로도 협의 계속"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현장 추모시설'…메시지 등 전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27일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 초입 마련된 추모공간의 추모의 글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 존치 여부를 두고 9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서울시와 유가족 간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참사 1주기 이후로도 분향소 이전 문제와 관련해 유가족 측과 협의를 계속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복지정책실장과 복지정책과장은 유가족 측 대리인과 지난 24일까지 주 1~3회, 총 27회에 걸쳐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서는 서울광장 분향소, 참사 1주기 추모 행사 및 현장 추모 시설 조성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시는 이외에도 SNS, 유선 등 다른 수단으로도 유가족들과 소통을 이어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족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행정적으로 (분향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서로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발생 99일째인 지난 2월4일 오후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시는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2차례 전달했다.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불법적으로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한 것으로 보고, 관련 규정상 분향소 설치는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시가 1차 계고장을 통해 지난 2월6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 자진 철거를 명령했으나 유족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 역시 계고를 2회 이상 해야 한다는 판례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보류하고, 2월8일 오후 1시까지를 자진 철거 시한으로 명시한 2차 계고장을 발부했다.

시는 행정대집행을 2월15일 오후 1시까지로 일주일간 미룬 뒤 △녹사평역 추모 공간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히고 △불수용 시 2월12일까지 대안을 제안할 것 등을 요청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시는 지난 3월7일 서울광장 분향소를 유족 측과 공동 운영한 뒤 서울시청 인근에 새 추모공간을 마련해 분향소를 이전할 것을 유족에게 공개 제안했으나 유족 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27일 한 시민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 초입 마련된 추모공간의 추모의 글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시는 두 차례의 계고에 이어 시한을 연장하는 등 행정대집행 요건을 이미 갖춘 상황이지만 최대한 유족 측으로 하여금 자진철거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분향소를 1주기 이후 철거할 것이냐는 질문에 "되도록 (분향소) 자진 철거를 유도하겠지만 마냥 1년, 2년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그런 관점에서 적어도 참사 1주기까지는 시민들에게 양해를 부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8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는 "(이태원 참사 분향소 철거는) 적어도 1주기까지 기다려 드려야 되는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며 "되도록 강제 철거가 아닌 자진 철거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한 바 있다.

유가족 측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된 뒤 분향소 존치 여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분향소의 향방은 국회 상황에 따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협의회 청원으로 지난 4월 야4당이 특별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해 지난 6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바 있다. 그러나 여당 측 반대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통과 이후 3개월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이와 별개로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도로변에는 지난 26일부터 현장 추모시설이 운영 중이다.

추모시설은 참사 관련 예술작품과 추모 메시지 등을 전시할 게시판, 바닥명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표지판 등으로 구성됐다. 설치에 소요된 비용 1억원은 서울시와 용산구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용산구, 유족은 현장 추모시설 관리를 위한 '이행 점검단'(가칭)을 구성해 격월 1회 정기 회의와 수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점검단은 추모시설 점검과 유지·관리, 작품 교체 시 디자인 심의 등을 맡는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