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꽂아줬다" 개그맨 사칭男…여배우들에 "캐스팅 해준다" 접근

(SBS '궁금한 이야기 Y')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최근 KBS 개그맨을 사칭하고 다닌 남성이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가운데, 그가 개그맨을 사칭해 연예인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다수의 여성에게 접근한 사실이 드러났다.

22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KBS 개그맨을 사칭하고 다닌 남성 김모씨의 실체가 파헤쳐졌다.

김씨를 만난 적 있는 배우들은 하나같이 그가 화려한 인맥을 과시했다고 증언했다. 여배우 A씨는 "(김씨) 인스타그램을 보면 연예인들, 개그맨들이랑 찍은 사진이 많다. 또 '유재석님이 소속사에 꽂아줬다'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남배우 B씨도 "촬영장에 늦게 나타난 그가 '코미디빅리그' 회의로 늦었다고 하더라. 인맥을 과시해서 부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재석의 소속사 안테나 측은 김씨와 유재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또 "어떻게 (포털사이트) 프로필(인물소개)에 그걸(소속사 이름) 추가했는지 모르겠다"며 김씨가 당사 소속이 아니라고 말했다.

취재를 이어가던 제작진은 김씨가 2019년에도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그는 강아지 학대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당시 방송에는 김씨가 절절한 사연을 호소하며 여러 마리의 강아지를 입양한 후 학대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담겼다.

당시 김씨는 "제가 사실 개그맨 지망생이다. 솔직히 어떤 사람이 연예인 하려는데 이렇게(동물 학대) 하겠냐. 연예인들은 과거가 털리는데"라고 해명했다.

4년이 지나 개그맨 지망생에서 특채 개그맨을 사칭하며 나타난 그에게 제작진이 다시 찾아가자, 김씨는 "제가 사과할 건 사과하고 말할 건 말하겠다. 그게 '공인'의 도리니까"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왜 개그맨이라고 한 거냐"는 물음에, 김씨는 "제가 SNS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 스스로 PR 할 게 필요했다. 저보고 허언증, 리플리증후군이라고 하던데 웃기는 걸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개그맨이라고 한 거다. KBS를 언급한 건 제 잘못이 맞지만 제가 개그맨이라고 말한 건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또 자신이 KBS 개그맨이라고 언급한 건 맞지만 녹화가 끝난 뒤 프로그램 측에 이는 사실이 아니니 편집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제작진이 "소속사는 왜 속였냐"고 묻자, 김씨는 더 이상 대화를 원치 않는다며 경찰을 부르고 자리를 피했다.

이후 제작진은 과거 그가 촬영했던 프로그램 측에 연락해 '김씨가 KBS 개그맨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편집해달라고 요구한 게 맞냐'고 확인했으나, 이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김씨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KBS 개그맨 신분을 사칭해 이성에게 호감을 사려고 접근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배우 C씨는 "그 사람 좀 유명했다. 촬영장에 늦고, 촬영하다 엎어버리고 여자들한테 찝쩍댔다. 밥 먹을 때도 도시락 들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번호 물어보고 다녔다"고 그를 기억했다.

김씨는 길에서도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접근해 자신이 공인이라며 전화번호를 묻고 다녔다. 제작진과 만난 여성 D씨와 E씨는 "길에서 뒤따라와 말을 걸더니 '나 개그맨인데 방금 코빅 찍고 왔다'면서 전화번호 달라더라", "'나 공인이라 이상한 사람 아니다. 이상한 일 없을 거다'라고 말하더라"고 증언했다.

김씨는 드라마 작가를 사칭해 모 여배우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려고 한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배우 F씨는 "(김씨가) 드라마 준비하는데 사람들과 술자리라도 만들어주겠다고 하면서 제 프로필을 달라고 하더라. 이후 SBS 모 드라마 작가라는 사람이 캐스팅 건으로 연락을 해왔다. 작가가 리딩 하러 오라고 보내준 주소로 가니 막상 아파트였다. 생각해 보니 그 남자(김씨)가 살고 있는 위치와 너무 비슷했다"며 소름 끼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알고 보니 작가가 F씨에게 알려준 주소는 김씨의 집 주소였다. 그 후로 F씨는 김씨와 연락이 끊겼지만, 만약 그때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여배우 G씨도 "(김씨가) 촬영을 연결해 주겠다고 해서 '보조출연하신 거냐'고 물어보니 지금 자길 무시하냐고 하더라. 그러면서 앞으로 후회할 거라고 방송 생활 못하게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2019년 동물 학대 의심을 받던 당시 제작진에게 강아지의 입양 목적은 '이성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길 가다 보면 강아지 끌고 나온 사람 중 80%는 여자다. 얘기할 게 없으면 강아지 얘기로 대화하고 그런 게 주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다시 김씨에게 연락해 "여배우들에게 캐스팅시켜 준다고 한 적 있지 않냐"고 묻자, 김씨는 한사코 부인하며 "제가 누군가를 소개해 줄 능력은 없다. 저에 대한 루머가 너무 많다. 동물 학대범이라는 얘기도 너무 억울하고 짜증 난다. (제) 방송활동이 이렇게 이슈가 돼서 자숙하려고 한다. 그냥 일반 회사원으로 면접 보려고 한다. 오늘도 면접 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씨는 바로 다음날 또다시 모 프로그램에 재연배우로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김씨의 프로필 정보는 내려간 상태다. 김씨는 앞서 지난주부터 사칭 논란이 일자, 자신의 프로필에서 소속사 정보와 개그맨 활동 이력 등을 지운 바 있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