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하고 딸 죽이는구나"…빌라 60대 아빠·다문화 5세 딸 사망 전 아내에 쪽지

엄마와 단둘이 살던 딸 "아빠 무섭다" "가고 싶지 않다"

(JTBC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인천의 한 빌라에서 68세 아버지와 5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성은 숨지기 전 아내에게 "네가 나와 딸을 죽이는 것"이라고 탓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인천 남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9시45분쯤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A씨(68)와 딸 B양(5)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아내인 필리핀 국적의 30대 여성 C씨와 별거하고 있었다. C씨는 자신을 때리던 남편을 신고한 뒤 지난 6월부터 딸과 둘이 살며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치 않았지만 한 달에 두 번씩 A씨에게 딸을 보내 만나게 했다.

사건이 발생한 주말에도 딸은 아빠인 A씨를 만나러 갔다. C씨는 딸이 숨지기 하루 전인 16일 영상통화를 했고, 이 통화 속 모습이 딸의 마지막이 됐다.

A씨는 17일 오전 8시27분 아내 C씨에게 "네가 나하고 딸을 죽이는구나. 영원히 너 죽을 때까지 원망할 거야"라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놀란 C씨가 수차례 전화를 걸고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고 물었지만, A씨는 묵묵부답이었다.

(JTBC 뉴스 갈무리)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했을 때, A씨와 딸은 이미 숨져있었다.

박동규 인천 남동구가족센터장은 JTBC에 "(전에도) 그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의사 표현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A씨의) 기분이 안 좋구나 해서 (C씨가) '무슨 일 있어요?' '안 좋아요?'라고 물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딸은 평소 우는 엄마와 자신을 그릴 정도로 불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미경 인천이주여성센터살러온 소장은 "'아빠 무섭다', '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엄마한테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C씨는 가기 싫다는 딸을 아빠에게 보냈다가 주검으로 맞이하게 됐다. 부검 결과 B양은 코와 입이 막혀 질식한 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A씨가 B양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JT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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