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흉기난동 이후 매출 반토막…나도 무서운데 누가 놀러 올까요"
한숨 깊어지는 신림동 상인들 "300만원 팔다가 100만원으로 '뚝'"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나도 무서운데 누가 여길 놀러 오겠어요. 이상한 사람 있을까 봐 밤에는 문을 잠가놓고 장사한다니까."
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찌갯집에서 일하는 A씨는 "사건 난 이후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울상을 지었다. 신림동 식당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그는 "코로나 때보다도 사람이 훨씬 없다"며 "야간에는 테이블 3~4개만 받아도 감사한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재료 도매상에게 걸려 온 전화에도 "장사가 안 되는데 납품은 무슨. 아직 (식재료) 한참 남았다"며 수화기를 내려놨다. 주방 앞 선반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달걀 네 판과 라면 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는 "쌀도 그렇고 원래는 지난주쯤에는 다 나갔어야 할 물량"이라고 말했다.
◇ 신림역 일대 거리 '텅텅'…"300만원 매출이 100만원으로"
낮 12시 점심시간이 시작됐지만 신림동 먹자골목은 인적이 드물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12일이 지났지만 여파가 계속되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했던 150여 미터 길이의 골목에서 손님이 있는 가게는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창 점심시간이었지만 가게 주인들과 직원들은 채소를 다듬거나 TV를 보면서 휑한 가게를 지켰다.
사건이 발생한 골목뿐만 아니라 신림역 인근 대로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따금 오가는 행인들만 눈에 띌 뿐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게를 찾은 시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인근 상인들은 사건 이후 거리에 사람이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원래 하루 매출이 300만원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100만원 팔기도 힘들다"며 "원래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데 9시 좀 넘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저녁 시간대에는 사람이 다니질 않는다는 설명이다.
황씨는 "사건 이후 순찰이 늘어서 다행"이라면서도 "오히려 경찰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게 손님들로 하여금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역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라면집을 운영하는 류모씨도 "여름이 비수기긴 하지만 그래도 70만원씩은 매출이 나왔는데 어제는 40만원밖에 안 됐다"며 "계속 이렇게 가면 인건비도 안 나오고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원래 이쪽이 먹자골목이라 맛집도 많고 항상 붐비기 때문에 지금쯤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꽉꽉 찼어야 한다"며 "코로나 때랑 비교도 안 되게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신림동 인근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B씨는 "원래 신림동 쪽은 이틀에 한 번 납품해왔는데 사건 터지고 나서는 3~4일에 한 번 가는 꼴"이라며 "휴가철을 감안해도 신림동이 눈에 띄게 주문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신림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 박모씨는 "늘 오던 손님만 보이고 새로운 손님은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사건 이후로는 일부 품목 발주 물량도 줄였다"고 말했다.
◇"상권 회복 위해 시각적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사건 이후 신림동 상권 회복을 위해 시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건 당시 현장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아직까지도 당시 이미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조명, 방범 장치 등 시각적인 변화를 주는 게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인들끼리 자치 규찰대를 꾸리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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