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끝난 고대 '쓰레기 몸살'…"스카이뽕 뚝" 일침에 학생들 정리 '싹'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축제 뒤풀이로 엉망이 된 학교 앞 번화가에서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쓰레기를 싹 정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누리꾼들의 칭찬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고려대 게시판에는 "스카이 뽕 뚝 떨어지는 짤(사진)"이란 제목으로 두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을 올린 A 학생은 "반만 먹은 배달 음식, 음료 다 그대로 있음. 집에서 할 것도 없고 쓰레기 양 얼마 안 되면 좀 치워보려고 나왔더니만 감당할 수준이 아님. 이런 애들이랑 같은 학교 다니고 있는 거임? 진짜 지능과 인성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듯"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3년 만에 재개된 고연전(연고전) 축제 뒤풀이로 재학생과 졸업생, 외부인 등의 많은 인파가 몰리며 고려대 근방 안암동 거리가 쓰레기장이 된 것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몇 분 뒤 댓글창에는 또 다른 익명의 B 학생이 "혹시 사람 모아서 치우면 같이 할 생각 있어?"라며 쓰레기를 같이 치우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곧 이를 본 다른 학생들은 "같이 할 생각 있다", "가는 데 시간 걸리는데 괜찮을까", "안암인데 같이 나갈게" 등의 댓글을 달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약 한 시간 뒤 게시판에는 "아이스크림 광장 청소 끝!"이라는 글이 올라오며 후기가 전해졌다. 글을 쓴 C 학생은 "청소 끝났다. 생색 반, 경각심 반으로 글 올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글 보고 냅다 나와 솔선수범한 학우분들도 감사하고,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멈춰 서서 도와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하다. 열댓 분이 모이니 정말 한 시간도 안 돼 끝났다. 공부 열심히 하고 잘 노는 것도 좋지만 이에 대해 책임질 줄도 아는 사람이 진정 고려대학교 학생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고려대학교 이미지는 우리들이 열심히 만들어가자"고 말하며 청소 후 깨끗해진 거리를 담은 사진 네 장을 올렸다.
쓰레기로 발 디딜 틈 없던 거리는 작은 조각 하나 없이 깨끗해진 모습이었다. 바닥에는 10여 개의 쓰레기봉투만이 가지런히 놓여있을 뿐이었다.
이를 본 한 고학번 학생은 "이걸 학생들이 다시 모여서 했다고? 지나가던 고학번 진짜 감동임. 너무 멋지고, 학우님 포함 모여준 학우분들이 고대를 빛내주시는 후배님들이다. 정말 멋지다"라며 감탄했다.
이 소식은 곧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많은 칭찬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인류애 충전된다", "역시 민족고대. 인성도 스카이다", "멋있다. 지능과 인성이 비례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인근의 한 식당 사장님 역시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학생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 두어 명이 쓰레기봉투를 사 와서 맨손으로 담고 있길래 일회용 비닐장갑을 줬다"며 일화를 더했다. 이어 "처음엔 두세명이서 치웠는데 나중에는 10여 명 정도가 와서 같이 치우더라"며 허허 웃음을 지어보였고 "기특했다"고 말했다.
syk1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