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문맹률 심각"…'심심한 사과'에 분노한 누리꾼들, 왜?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업체 측이 사과문에서 사용한 '심심하다'라는 표현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뜻을 잘못 이해하면서 또다시 실질적 문맹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심심한 사과'가 검색어로 올라왔다. 이는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카페 측이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재한 게 발단이었다.

이날 카페 측은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이후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너희 대응이 재밌다", "앞으로 공지글은 생각 있는 사람이 올려라",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주냐", "꼭 '심심한' 이라고 적었어야 했냐" 등 사과문을 비난했다.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카페 측이 사과문에 사용한 '심심(甚深)하다'라는 단어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심심하다'는 단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동음이의어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진짜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걸 다시 체감했다"며 "설마 그 '심심한'이겠냐. 맥락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황당해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오히려 '심심한 사과'가 과도하게 한자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애초에 '깊을 심'이라서 같은 뜻의 우리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한자를 쓰냐"며 "'매우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심심한 사과'에 분노했던 한 누리꾼은 "(사인회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사람들 발 동동 구르게 만들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한 줄로 퉁치고 잠수타는 게 열받아서 동음이의어로 비꼬아서 쓴 거였다. 내가 몰라서 썼겠냐"고 답답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앞서 지난 3월에도 대학생들이 '병역'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못 이해하는 해프닝(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들이 공결증을 신청하면서 사유에 '병역'이라고 적은 것. 이 단어를 말 그대로 '병'과 관련이 있다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병역은 입대와 관련된 내용이다. 공결증은 '전염성 감염 질환' 또는 '기타'로 신청해야 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한편 실질적 문맹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본 문맹률은 1%에 가깝지만, 최근 '21세기 신문맹'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실질적 문맹률은 높은 수준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은 무려 75%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은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미디어로 정보를 접하거나 글을 읽는 게 익숙해질수록 실질 문맹률이 더욱 높아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