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 반지하 참변, 8년 전 서울시 용역보고서도 '경고'했다

2014년 "반지하 침수 주택 개선" 제안하며 관악·양천 등 7곳 지목
물막이판 무료 설치 등 시설 정비했지만 역대급 폭우에 속수무책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폭우 침수 피해로 사망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 3명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80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여성과 여동생 A씨, A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22.8.1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박동해 기자 =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일가족이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지역 일대가 8년 전 서울시가 발주한 학술용역에서도 기상이변에 대비한 원천적 침수대책이 시급한 대상지로 지목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지난 2014년 10월 공개된 '서울시 침수주택 항구적 대책 마련과 임대주택 확보를 위한 지하·반지하주택 주거환경개선 학술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내 침수 피해 이력(2010~2013년)이 있는 반지하 침수주택은 총 1만2034동으로, 25개 자치구 중 관악구가 1410동으로 가장 많다.

보고서는 '반지하 세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취지에서 임대주택에 연계한 침수주택 개선사업을 제안했다. 침수주택 밀집도가 높은 곳으론 △관악구 신림동 2곳△구로구 개봉동 1곳△동작구 사당동 1곳 △양천구 신월동 1곳△영등포구 대림동 1곳(이상 서남권) △광진구 자양동(동남권) 1곳 등 총 7곳이 꼽혔다.

당시 보고서가 지목한 관악구 난곡사거리와 신대방역 일대는 이번 피해 일가족의 반지하 주택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한반도는 지구온난화로 아열대성기후로 급변하고 있어 예측불허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해졌다"며 "서울의 100년간 연평균 강수일수는 줄어드는 추세이나 연평균 강수량은 많이 증가하고 있다. 단시간에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지하침수주택은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대부분 노후건축물로 이뤄져 있어 주민안전을 위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침수의 근본적인 원인인 반지하주택을 건축행위를 통해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우 대비를 위한 반지하주택 대책은 때마다 쏟아졌지만 주민 동의와 예산 문제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기반시설 설치 등 중단기적 대안을 실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관악구의 경우 연간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침수취약주택에 대한 차수판(물막이판) 무료 설치 등을 시행 중이나 이번과 같은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서울시는 12년 전인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 이후 '침수 우려 지역'에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하는 강경책을 제시했다. 다만 수요가 여전했고 실제 관련 조항이 시행된 2012년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은 4만호 이상 건립됐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반지하 거주 인구는 20만849가구다. 자치구별로 관악구가 2만113가구로 가장 많고 중랑구 1만4126가구, 광진구 1만4112가구 순이다.

중부지방을 덮친 기록적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서울시는 침수 우려 지역 여부를 불문하고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침수 우려 지역에 한정됐던 2010년보다 한층 강화됐다.

서울시는 현재의 지하·반지하 주택을 대상으론 '일몰제'를 적용해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없앨 방침이다. 비거주용 전환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오세훈 시장은 전날 이같은 계획을 발표하고 "도시 빈곤층의 건강 악화와 상습적인 침수, 한파, 사생활 침해 등을 감수하며 살아내야 하는 최악의 주거 환경을 대표하는 지하 공간은 주거 취약계층의 안전에 가장 큰 위해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이번과 같은 인명 피해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시행 의지를 피력했다.

jy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