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폭염·열대야에 폭설까지…'기후위기 실감 원년' [2024결산]
관측 이래 여름철 기온 가장 높아…9월까지 폭염·열대야
장맛비 더 짧고 굵게…'따뜻한 바다' 무릎 높이 폭설 불러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한반도가 역사적 폭염을 앓은 2024년은 '기후위기 실감 원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온난화를 뛰어넘는 '지구 열대화'를 언급한 뒤 첫 해, 연초부터 기온이 평년을 웃돌았고, 여름에는 최악의 폭염·열대야가 찾아왔으며, 여파가 겨울까지 이어져 11월 폭설을 불렀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한반도는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를 앓았다.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평년(1991~2020년)보다 1.9도 높았다. 이는 근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서울은 6월 평균 최고기온이 30.1도, 7월 평균기온이 29.5도를 돌파하는 등 극한의 '찜통 폭염'을 앓았다. 6월 21일, 관측 사상 가장 이르게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폭염일수는 24.0일로 지난 50년 중 3번째로 많았고, 평년(10.6일)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2위인 16.5일(2018년)보다 3.7일, 평년(6.5일)보다는 3.1배 더 많았다.
이런 무더위 이유는 한반도를 덮은 '두 겹 이불' 같은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었다.
티베트 고기압은 상층 대기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은 하층 대기에서 동시에 한반도를 덮으며,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마치 두 겹의 이불이 한반도를 덮고 있는 것처럼 고온 현상이 강화된 것이다.
엘니뇨 현상의 영향도 있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며 전 지구적인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한반도에서는 여름철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반면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적었다. 기상청은 올여름 강우량에 대해 특정 기간에 집중됐고 좁은 영역에서 강하게 내렸다고 분석했다.
올여름 전국 평균 강우량은 602.7㎜로 평년(727.3㎜)보다 적었지만 여름철 강수량 중 78.8%(474.8㎜)가 장마철에 몰아치면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겨울(2023년 12월~2024년 2월) 평균기온은 2.4도로, 1973년 이래 2번째로 높았다.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은 2개로 평년(3.4개)보다 적었다.
폭염의 여파는 가을까지 이어졌다. 가을철(9~11월) 전국 평균기온은 16.8도로 평년보다 약 2.7도나 높게 나타나며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가을 기온으로 기록됐다. 서울은 첫 9월 폭염을, 춘천은 첫 9월 열대야를 겪었다. 서울에선 9월 19일 밤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였다.
가을 단풍 시기는 예년보다 약 1주일 정도 늦어졌다. 특히 서울 북악산 인근 단풍 절정 시점은 10월 하순에 접어들어 평년(10월 중순)과 비교하면 10일가량 차이 났다. 단풍 시기의 지연은 식생 변화, 곤충 생태 변화 등 다양한 생물학적 연쇄 반응을 불러 장기적으로 생태계 균형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더운 날씨는 겨울철 초입, 폭설도 불렀다. 11월 27~28일 서울에 28.6㎝의 눈이 쌓였는데 역대 3번째로 많은 눈이 쌓인 걸로 기록됐다.
폭설은 다시 무더운 날씨와 연결됐다. 늦가을까지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더 잘 성장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올해와 비슷하게 평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낸 2025년(을사년) 봄 기후 전망에 따르면 평균 기온은 평년(11.6~12.2도)보다 높을 확률이 50%로, 낮을 확률(20%)보다 2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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