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도시 본보기…"모든 쓰레기를 자원으로 쓰고 있어요"
[북유럽발 기후 미래]④친환경 재개발 '함마르뷔 셰스타드'
전기차도 '소유보다 공유'…노후건물 보존하며 '공간 재구성'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스톡홀름=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강가를 따라 이동 중인 저 시내버스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움직입니다. 이 지역에선 분리 배출한 모든 쓰레기를 자원으로 쓰고 있어요."
스웨덴 스톡홀름 내 '탄소중립 신도시' 함마르뷔 셰스타드(Hammarby Sjostad) 주민협의회 활동가 잉에르 요한손(71)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함마르뷔 호수 전망대에서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대부분의 빌라·콘도 발코니에서는 호수가 보이도록 설계해 자연친화적이었다. 집 앞 도로를 제외하면 소음·먼지와 완전히 분리돼 교외 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스톡홀름 중심가에서 차로 10~15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곳은 50년 전만 조선업과 중공업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산업 지역이었다. 산업 폐기물이 강으로 흘러들어 호수에서 시궁창 냄새가 났을 정도다.
공장 가동이 중단된 뒤에도 한동안 방치됐던 함마르뷔 셰스타드 지구는 1990년대 친환경 주거 지역으로 재탄생했다. 일찍이 지속 가능·순환경제 도시 모델이 된 셈이다. 함마르뷔 셰스타드 지구 등 친환경 도시 재생을 통해 스톡홀름은 2010년 '유럽 녹색 수도'(EGCA)로 선정됐다.
함마르뷔 셰스타드 지구는 매년 음식물 쓰레기에서 약 1000톤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요한손은 "스톡홀름 전체 시내버스를 운행할 수 있을 정도 양"이라고 설명했다.
함마르뷔 셰스타드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약 46%까지 줄였다. 현재는 배출량을 더 줄이기 위해 내연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 주차장에는 '스웨덴 국민차' 볼보에서 운영 중인 공유 서비스 '볼보 온 디멘드'(Volvo On Demand) 전기차가 주차돼 있다. 차량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소유보다 공유를 택한 셈이다.
건물마다 설치돼 있는 '쓰레기 진공 흡입구'도 독특하다. 음식물과 종이, 플라스틱, 금속 등을 자동으로 분류한다. 요한손은 "쓰레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 결과 연간 약 30%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 1층에는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중고장터'도 있다. 공용 공간을 활용해 보던 책과 쓰던 옷·생활용품을 교환하고 있는 곳이다.
함마르뷔 셰스타드는 2030년까지 지역 내 탄소중립을 추진 중이다.
스웨덴 내 오염 지역은 대부분 함마르뷔 셰스타드의 도시재생 사례를 따르고 있다. 가스공장과 석유저장 시설이 있던 스톡홀름 로열 시포트(Stockholm Royal Seaport)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1884년 문을 연 시포트(항구)는 1893년부터 수도 내 에너지 공급 거점 역할을 해왔다. 산업이 중공업에서 첨단 산업으로 전환되는 시점인 2011년부터는 여의도 면적에 맞먹는 236만㎡의 오염을 정화한 다음 도시 재개발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후원하는 클린턴 기후 이니셔티브(CCI, Clinton Climate Initiative)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물을 모두 밀고 다시 짓는 것은 아니다. 석유 저장 시설들은 에너지 저장소로 변환돼 재생 에너지 저장고로 활용된다. 일부 건물은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석유 비축기지를 리모델링한 '문화비축기지'와 비슷한 쓰임이다.
로열 시포트에는 재개발을 통해 1만 2000개의 주택과 3만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다. 스톡홀름 로열 시포트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카밀라 에드빈손은 "많은 건물이 교육 시설과 문화 공간 등으로 전환됐다"며 "이런 방식은 지속가능한도시 개발의 핵심이며,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면서 현대 도시의 필요에 맞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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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어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첨단 기술은 막 활발한 논의가 시작됐다. 기후·환경 선진국 북유럽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