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장마' 뒤 가을엔 폭염·열대야…대형산불 3배 증가

기상청, 2023년 이상기후보고서 발표
폭우로 인명·재산피해 53명 8071억원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궁평지하차도 .(충북도 제공).2023.07.16./뉴스1 ⓒ News1 박건영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해 한반도는 이상기후로 어려움을 겪었다. 봄철엔 가뭄을, 여름철엔 평년보다 2배가량 많은 장맛비를,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진 역대급 고온을 경험했다. 겨울철엔 이따금 이상고온이 나타났다. 인명피해는 호우로 53명, 폭염으로 2818명 발생했다.

29일 기상청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30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질병관리청 등이 참여한 내용이 종합됐다.

2022년부터 이어진 남부 지방 최장기 가뭄은 지난해 봄비로 대부분 해소됐다.

다만 봄비가 점차 굵어지며 5월엔 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린이날엔 18년 만에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렸다. 수원에선 전신주가 쓰러지며 200세대가량이 정전됐고, 울산에선 하루에 80㎜ 가까운 비가 내리며 행락객이 고립됐다.

5월 강수량은 191.3㎜로, 평년(79.3~125.5㎜)보다 많았고 역대 3위를 기록했다.

2023년 우리나라 이상기후 발생 분포도(기상청 제공)

장마철에는 전국적으로 660.2㎜의 강수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평년(356.7㎜)보다 약 1.85배 많은 양이며 역사적으로 3위에 해당한다.

장마철 강수일수는 22.1일로, 평년(17.3일) 대비 28%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남부지방 강수량(712.3㎜)은 역대 가장 많았다.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2.6도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88년만에 가을철(9~11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폭염으로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93.6GW)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연말에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으며, 11월과 12월의 일교차는 각각 19.8도와 20.6도로 역대 최대였다.

이상기후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상당했다. 봄철에는 산불이 596건 발생해, 피해 면적은 4,991.94ha로 평년보다 각각 1.1배, 1.4배 증가했다.

특히 축구장 6~7개 면적의 5ha 이상 산불은 35건 발생해 지난 10년 평균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대형산불도 8건이나 발생해 10년 평균의 2.5건을 크게 웃돌았다.

여름철 집중호우에 청주 오송지하차도 사고 등으로 53명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8071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2818명으로 평균(1625명) 대비 73.4% 증가했다.

해수면 온도(17.5도)는 최근 10년 내 2번째로 높았다. 여름철 고수온에 서해연안을 제외한 해역에서 약 438억원의 양식생물이 대량 폐사하기도 했다.

높은 온도에 식물 66종의 평균 개화는 50년 전 대비 14일 빨라졌다. 특히 모감주나무, 가침박달, 회양목 등은 개화 시기가 20일 이상 빨라졌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