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한국 온 '대기질 어벤져스'…대기오염 원인 밝힌다[르포]
아시아 대기질 조사…동남아까지 오염물질 축적·이동 관찰
한반도 조사 뒤 8년 만에 공동조사…환경위성 성능 검증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평택=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16일 경기 평택 서탄면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활주로에 들어서자 '대기질 관측 어벤져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항공기상청의 기상항공기 '나라'와 한서대 대기질 연구 항공기 '비치크래프트 1900D' 옆으로 또 다른 거대한 기체가 눈에 들어왔다.
길이만 49m에 달해 축구장 절반 크기인 이 기체는 아시아 지역 대기질 조사를 위해 8년 만에 한반도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캘리포니아주 암스트롱 비행연구센터 소속 'DC-8'(N817NA)다. 지난 15일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에서 파견됐다.
DC-8은 '하늘을 나는 실험실'로 불린다. 1986년 NASA로 인수된 뒤 줄곧 전 세계를 누비며 대기질 등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해왔다.
기내에 들어서니 사람 대신 26종의 장비가 빼곡하게 들어찼다. 에어로졸과 오존,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등 약 100가지 대기질 물질을 추적·관찰하는 장비다.
DC-8은 국내 대기질 연구 항공기와 또 다른 정보 관측 항공기 걸프스트림3(C-20B) 등과 함께 3월 말 팜데일 캘리포니아 공군 기지로 복귀하기 전까지 아시아 지역의 대기질을 수집·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기상청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NASA와 함께 수행하는 이 사업은 아시아 대기질 공동 조사'(ASIA-AQ)다. 2016년 국립환경과학원과 진행한 '한미 대기질 합동연구'(KORUS-AQ)의 후속이자 확장 연구로, 국내외 45개 기관에서 약 500명의 박사급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관측 장비는 항공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발사한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위성(GEMS·천리안 2B호)이 주 8회 관측 자료를 전송하고, 바다에선 기상청 관측선 '기상 1호'가 대기질을 관측한다. 지상에서는 고려대와 남산타워, 안면도 등에서 관측이 이뤄진다. 모델링을 통한 예측도 동반한다. 그야말로 전천후 대기질 특정 작전인 셈이다.
ASIA-AQ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아시아 대기질 현황과 겨울철에 유독 농도가 높아지는 대기오염 물질의 축적 이유와 경로를 추적·관찰할 계획이다. GEMS의 성능 검증도 공동 목표다.
ASIA-AQ 총 책임자인 배리 래퍼(Barry Lefer) NASA 연구원은 "조사 결과는 후보정과 해석 등을 거쳐서 약 1년 뒤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의 연구인력도 참여했다. 중국은 협업에 불응했다. 한국 입장으로서는 국외 유입 대기오염물질의 중국 기원 확인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 연구관은 "향후 기회가 된다면 중국과 같이 하기를 원한다"면서 "이번 연구의 목적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미세먼지의 과학적 규명이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위한 항공기 운행은 1~10㎞ 고도에서 이뤄진다. 특히 서울과 대구 사이를 직선으로 수차례 오가는 방식의 관측도 예정돼 있어서 성남과 수원, 용인 등 경기 남부와 구미 등에서는 대형 항공기가 비행하는 게 목격될 수 있다.
한국에서 관측은 26일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이후 ASIA-AQ 연구팀은 대만과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아시아 지역 대기질을 관측할 예정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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