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의 원조…유럽 보니[황덕현의 기후 한 편]

프랑스 다큐 '내일'…코펜하겐 자전거 교통 소개
기동카 도입, 국내선 '따릉이' 선택사항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영화 '내일'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서울시가 기후변화 대응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23일 출시 이틀 만에 온라인 판매를 합쳐 10만장이 팔렸다. 일부 점포에서는 품절 대란이 났다.

6만5000원을 내면 30일간 버스와 지하철,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를 탈 수 있다. 한달 최소 40회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는 효율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후동행카드의 모티브가 된 독일 '49유로 카드' 정책 이후 현지에선 승용차를 이용하던 시민 20%가량이 대중교통으로 전환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기후동행카드도 이런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

독일 등 유럽은 앞서 대중교통망이나 자전거 도로 등을 확충하며 이동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앞서가고 있다. 이런 내용은 멜라니 로랑 감독의 프랑스 다큐멘터리 '내일'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로랑 감독은 사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품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나우 유 씨 미'(Now you see me) 시리즈 주조연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인기가 절정일 때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일' 다큐멘터리를 들고나왔다. 대중적 인기를 활용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앞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방향을 공유한 셈이다.

'내일'의 시선은 단순하다. 한 대의 카메라로 프랑스령 레위니옹과 아이슬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의 '에너지 자립 마을' 등을 찾아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농업 등을 활용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것을 담았다. 과다한 육식을 자제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덴마크의 대중교통이다. 덴마크는 수도 코펜하겐에서의 이동 중 50%를 자전거로 할 수 있도록 교통체계를 개선 중이었다. 2025년까지 모든 이동의 75%를 도보와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내일'은 약 10년 전인 2015년 개봉했다. 그당시 목표는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덴마크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펜하겐은 그동안 350㎞의 자전거 전용도로와 23㎞의 노상 자전거 도로, 공원 자전거 도로 43㎞ 등을 깔았다. 자동차 보급률은 29% 수준으로 줄었다. 자전거 이용률은 60%를 상회했다.

'내일'은 교통수단의 전환을 달성할 경우 이동 부문 탄소배출량이 30%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덴마크의 도전이 내년 중 실현된다면 앞서 독일이 '49유로 카드'’로 줄인 탄소배출량 연 700만톤보다 더 큰 저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유럽 대도시와 달리 분지의 지형적 특징 때문에 자전거로만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서울시도 이런 점 등을 감안해 따릉이 활용을 '선택사항'으로 뒀다.

기후변화 문제와 '동행'을 결심한 만큼 기후동행카드 출시가 더 많은 시민의 대중교통과 따릉이 이용으로 이어져서 눈에 띄는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면 좋겠다. '오픈런'해서 한 장 구매해 사용하고 싶지만 아직 경기도와 협의 중이어서 구매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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