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2명 중 1명 "장난·호기심 때문에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

중·고생 인식 조사…76% "나도 모르게 피해자 될까 불안"
92% '만든 사람 잘못'…89% "범죄이며 처벌받아야 한다"

교육청과 경찰 관계자, 학생·학부모 등이 '학교폭력 예방 및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 합동 캠페인'을 하는 모습.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중·고교생 75%는 '나도 모르게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어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 2명 중 1명은 학교 딥페이크 성범죄의 주된 원인으로 '장난'이나 '성적 호기심'을 꼽고 있어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관련 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1월 5일부터 27일까지 중·고생 2145명을 대상으로 웹·모바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학교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에 대해 응답자의 97.2%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95.3%는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성적 허위영상이나 사진을 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4.7%였다. 한 번이라도 '자신의 사진·영상이 도용돼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도 2.8%나 있었다.

응답자의 75.0%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발생 후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불안감 정도는 여학생(85.9%)이 남학생(63.1%)보다 훨씬 컸다.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최대 2개 중복응답)는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될 수 있어서'가 7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변 사람이 가해자일 수 있어서'(45.4%), '피해 시 대처 방법을 몰라서'( 29.7%) 순이었다.

불안감의 정도와 마찬가지로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한 인식에서 여학생(81.7%)과 남학생(67.7%)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발생 후 대처 방법으로는 34.9%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답했다. 32.1%는 개인적인 사진을 삭제했다. '탈퇴했다'는 응답도 4.1%였다.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했다'는 응답은 여학생(46.4%)이 남학생(22.4%)보다 24.0%p, '개인적인 사진을 삭제했다'는 응답 또한 여학생(45.6%)이 남학생(17.4%)보다 28.2%p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 제공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중복응답)으로는 54.8%가 '장난으로'를 1순위로 꼽았다. 중학생은 62.2%나 됐다. '성적 호기심 때문'이라는 응답도 49.3%로 높았다.

'해도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44.1%)라는 응답도 40%를 넘었다. 이어 '들켜도 처벌이 약해서' 38.2%, '심각하게 잘못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31.4%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불법영상물 확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질문한 결과(중복응답) 응답자의 92.0%가 '사진을 도용해 가짜 사진이나 영상물을 만든 사람의 잘못'이라고 응답했다. 75.9%는 '약한 처벌이 문제'라고 꼽았다. '피해자 책임'이라는 응답자도 13.6%나 돼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제공

딥페이크 불법영상물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심각한 범죄로 인지하고 있었다. 89.4%가 '범죄이며 처벌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남학생(83.3%)보다는 여학생(95.1%)이 이러한 인식이 더욱 강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8%였지만 남학생(15.5%)이 여학생(4.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인식 차이를 보였다.

딥페이크 불법영상물 피해에 따른 가장 두려운 점(중복응답)으로 응답자의 72.2%가 '인터넷에서 사진·영상이 계속 퍼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터넷 유포·확산에 이어 '가짜영상을 진짜로 오해' 59.8%, '학교생활에 어려움' 49.3%였다. 특히 유포‧확산에 대한 우려는 여학생(81.0%)이 남학생(62.8%)보다 훨씬 높았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발생 시 필요한 지원(중복응답)으로는 응답자의 85.0%가 '피해 영상물 삭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74.2%는 '신속한 수사 및 사건 해결', 71.9%는 '개인 신상정보 삭제 및 보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교에서 딥페이크의 올바른 사용과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51.6%가 '있다', 22.8%가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4명 중 1명(25.6%)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응답해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예방교육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반영해 시도 교육청, 학교 현장과 공동으로 9일부터 20일까지 2주간 특별교육주간을 운영하는 등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과 인식 개선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이달 중 학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초‧중등 교수‧학습자료, 교육용 영상콘텐츠, 카드뉴스 등을 제작‧배포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학생‧교사‧학부모 대상 맞춤형 교육자료와 대응 지침서(매뉴얼)도 제작해 초동 대응과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된 처벌 내용을 안내한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조사에서 학생들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주된 이유로 '장난 및 호기심'을 꼽고 있어 이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할 수 있도록 예방교육과 인식개선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