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어쩌려고…학교 불량단열재 신고 41건 '점검은 2건'

백승아 민주당 의원실 "2건 모두 불량 단열재 사용"
화재 취약 드라이비트 교체 비용 서울만 3611억원

화재가 발생한 서울의 한 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는 모습. (은평소방서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9년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화재를 계기로 교육당국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단열재 교체 작업을 하고 있지만 허술한 관리·감독 시스템 탓에 불량 단열재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교 시설공사에 불량 단열재가 사용됐다는 신고는 2021년이후 올해까지 전국에서 총 41건 접수됐다.

실제 점검이 실시된 학교는 2023년 서울의 초등학교 2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한 곳은 서류 점검에 그쳤다. 그런데도 두 학교 모두 불량 단열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소재 단열재를 준불연 단열재로 교체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량 단열재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백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서울시 학교시설 화재 취약 드라이비트 현황 및 해소 실적'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934개 학교 중 30%인 581개 학교 건물 836동이 드라이비트 제거 대상이다. 최초 552개 학교 780동이 대상이었으나 추가됐다. 2030년까지 모두 교체하려던 계획도 2026년으로 앞당겼다.

서울 학교의 드라이비트 제거 비용은 2022년 기준 총 3611억 원이다. 2019년 2개교 2동 5억 원, 2020년 18개교 23동 85억 원, 2021년 23개교 31동 145억 원 등 236억 원의 지방교육재정이 지출됐다. 올해도 학교 시설 114건 522억 원의 제거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허술한 관리·감독 시스템 때문에 학교 시설공사 과정에서 불량 단열재가 사용돼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모니터링은 건축물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과 동행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으나 교육부 관할 건축물은 모든 행정조치를 교육부에서 관할한다.

연구원은 백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지자체는 현장 시료 채취와 성능 확보 여부에 따른 보완 조치 수행 등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모니터링 사업 수행 중 필요한 교육부 관할 건축물의 행정조치는 지자체와 교육부의 상호 협의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학교 안전과 학생 건강은 최우선 과제"라며 "학교 석면 제거나 운동장 인조잔디처럼 유해 물질로 인한 제거 공사로 수천억 원, 수조 원의 천문학적 교육재정이 지출되지 않도록 안전한 친환경 자재 사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저렴하고 빠른 시공을 위한 자재를 사용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며 "대규모 학교시설 공사의 부실 공사와 예산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아닌 교육부와 교육청 중심으로 지자체, 관계기관과 협력해 공사 관리·감독과 감리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