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조건 없는 휴학' 검토에도…의료계, 협의체 참여 '시큰둥'

국립의대 총장들, 교육부에 건의…"의료 인력 양성 지속성 우려"
전의비 "'검토' 아닌 '결정'돼야 참여"…전의교협 "참여할 이유 없어"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증원과 대학교육 자율성 훼손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0.21/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 학장들에 이어 국립대 총장 등이 의대생들의 휴학을 압박하자, 조건부 승인 방침을 고수하던 교육부도 휴학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의대교수·의사 단체들은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 참여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29일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교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이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의대생 복귀와 학사 운영에 대해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견고하기 짝이 없던 '휴학 승인 불가' 입장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 선 것이다.

교육부가 의대생의 조건 없는 휴학 승인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협의체에 참여 의사를 밝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MAC)가 내건 전제조건이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이기 때문이다.

이에더해 전날(28일) 국립의대 총장들로 구성된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국총협)는 건의문을 통해 "지금같은 의정 대립과 의대 학사 차질이 지속된다면 국민 건강을 책임질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이 우려스러워지고 의대생들의 큰 피해가 예견된다"며 "의대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제출한 휴학원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날 조계종,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7개 종교단체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의대생 휴학계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며 "2025년도 의대 정원도 과학적 추계기구를 구성하고, 학사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논의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의대생 정상화 비상대책'에서 동맹휴학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조건부로 휴학을 승인하도록 했다. 미복귀시에는 제적·유급 조치를 하도록 했다. 이에 반발한 의대생들은 "지난 2월 제출한 휴학계를 조건없이 승인하라"며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예정대로 휴학을 승인할 경우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협의체에 추가로 참여한다는 단체는 없었다.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단체는 대한의학회,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두 개 단체 뿐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뉴스1에 "(이주호 장관과 40개 대학교 총장들과의) 간담회 결과를 본 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며 "(의대생의 조건 없는 휴학이 승인되면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는 의사단체 등이 많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여부는 어디까지나 해당 단체에서 논의해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료계 대다수는 협의체 참여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뉴스1에 "협의체 참여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도 "'검토중'이라는 문구 하나만으로는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휴학 승인이) '결정' 되어야 내부에서도 어떤 의견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지금으로서는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뉴스1에 "원칙적으로 휴학은 학생들의 권리로 당연히 처리되어야 하는 것인데, (현재는)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변화가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현재까지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불참)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는 뉴스1에 "휴학승인불허는 반헌법적인 처사였기 때문에 휴학 승인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고, 협의체의 목표가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라면, (협의체) 참여 여부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는 분들은 전공의, 의대생 당사자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참여를 하는 경우 다른 의료계 단체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2025학년도 정원은 2024학번(이 돌아온다는 가정 하에)과 2025학번이 2025년부터 수련이 끝날때까지의 10년간의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한 규모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핵심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여당 대표, 야당 대표와 만난 후에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