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업무에 겹친 법정의무연수…"강의만 켜두고 일해요"

학교에서만 사회적 문제 해법 찾으려는 '행정 편의주의'
법정의무연수 간소화·다양화 이뤄져야

4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2023.9.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사실 강의 영상만 틀어놓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세종에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A 씨는 매년 수강해야 하는 법정의무연수 실태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법정의무연수가 현장과 괴리돼 실질적인 교육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교사들에겐 연간 60시간 이상의 직무연수가 권장된다. 심폐소생술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다. 이수량은 각 시도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며 서울교육청의 경우 총 27개의 교육 분야를 수강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수업 준비나 행정업무를 소화하기도 벅차 이 많은 강의를 집중해 들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강의만 켜둔 채 다른 업무를 보기 일쑤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 B 씨는 "현장 교사들은 수업, 담임뿐만 아니라 챙기고 보고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를 두고 교육 당국이 행정 편의적 태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은 3월 성명서를 통해 " 사회적 문제의 해법을 학교에서만 찾으려 해 온 문화·행정 편의주의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A 씨는 "심폐소생술이나 성폭력 예방처럼 따로 연수를 진행하는 강의가 아니면 사실상 알아서 들으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온라인 강의를 '제공'할 뿐, 효과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에 대한 내실화 없이 강의량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정 모 씨는 "교사 초임 때만 해도 수강해야 할 목록이 20개까지는 아니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법정의무연수 시간을 간소하고 각자의 선택에 맞게 능력을 키우도록 교육을 내실화 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B 씨는 "홀수·짝수 해로 나눠 필수교육을 배치하거나 교과와 연계해 수업에서 가르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교사노조는 "온라인 콘텐츠 이수만이 아닌 교사회를 통한 연수 등을 포함해 자율연수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씨 역시 "학생 생활지도나 교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를 듣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다"며 연수 다양화에 의견을 보탰다.

초등교사노조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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