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난다…천차만별 대학 축제에 "내 등록금 어디갔나"

고려·경희·연세·중앙·한양대 등 이번 주 축제 운영
화려한 연예인 축하 무대…과도한 비용에 불만 제기

8일 대동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가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2024.5.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5월 본격적인 축제 시즌을 맞은 대학가가 최대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까지 지불하며 유명 연예인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대학의 '자존심 싸움'이라 여겨질 정도로 대학생들의 큰 관심이 쏠리며 섭외 경쟁이 과열되자 축제의 목적이 과도하게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와 한양대는 이날부터 24일까지, 중앙대는 27일부터 31일까지 축제를 운영한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전날부터 23일까지 축제 기간을 운영하고 25일과 26일에 걸쳐 각 학교의 축제인 '입실렌티'와 '아카라카'를 진행한다.

대학 축제의 가장 화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공연에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다.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 축제 기간에는 소속 대학이 아닌 다른 대학들에도 공연과 축제를 즐기러 가고 활발히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라 대학생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

또 각종 소셜미디어(SNS)엔 해당 가수들의 대학 축제 공연 영상이 올라오며 화제를 모으곤 한다.

경희대 축제엔 데이식스·에스파·라이즈 등 10팀이 무대에 오르며 한양대는 잔나비·엔믹스·부석순 등 8개 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26일 연세대 동문 대상 축제인 아카라카엔 권은비, 멜로망스, 아이브, 에이티즈, 있지, 싸이, 라이즈, 박진영, 비, 지코 등 총 10팀이 넘는 아티스트가 대기 중이다.

이처럼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기 위해 각 대학 학생회는 수천만 원부터 최대 수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축제에 할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대 축제에 섭외된 아티스트에 대해 재학생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21일 부산대 커뮤니티 갈무리)

부산대는 28일부터 사흘간 대동제를 운영하는데 3억 305만 원의 총사업비를 책정했다. 지난해 사업비가 1억 5000만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축제 예산이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연예인 섭외에 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첫날 초대 가수에 싸이가 아닌 '싸이버거'와 드림걸스 등이 출연진으로 등장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운영비는 전부 어디에 쓴 것이냐", "내 등록금 돌려달라", "이 돈으로 커피 차나 불러라"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학생회 자체 역량으로 축제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변 상권을 돌아다니며 후원을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축제에서 연예인 공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게 커지고 경쟁이 과열하면서 축제 추진이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국민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월 "봄축제를 추진하기 위해 지속해 논의했으나 비대위 체제로 인한 예산 감소 및 인력 부족 등의 사유로 진행이 무산됐다"고 공지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회 관계자는 "대학 축제의 주인공이 대학생이 아니라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가 더 중요해진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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