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심장학회 "의대증원, 처음부터 재점검 단계적 추진이 유일한 출구"

"정부, 열악한 의료현장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인 목소리 들어야"

부산대병원·부산대 교수진과 의대생들이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소아심장 분야 의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아청소년의 심장을 치료하는 어려운 의술을 펼치지만 필수과 중에서도 기피현상이 심해 제자를 받는 데 다른 과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소아심장학회는 13일 호소문을 내고 "정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미명아래 일선에 있는 전문가의 의견수렴은 물론 충분한 논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젊은 의사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로 묵묵하게 헌신해 왔으나 필수과이자 기피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소아심장전문의사로서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회는 "필수·지역의료의 붕괴는 이미 수년전부터 일선 진료현장에서 심각하게 진행되어 왔다"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최고 수준을 갖춘 의료분야지만 저수가에 과도한 업무량, 의료분쟁의 위험 부담 때문에 일찌감치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가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 하나만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겨우 버텨오던 필수의료에 의료인들까지 허탈감에 하나둘씩 무너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효과가 불분명한 정책을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미래의 의료계를 이끌어갈 젊은 의사들이 의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들이 정말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열악한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재점검하고 단계적으로 수립·추진하는 것이 현 의료상황이 더 이상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벼랑 끝에 내몰린 의료 사태를 현명하게 타계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자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현명하게 해결되어 위기의 중증 필수 의료가 굳건하게 제대로 서고 필수의료의 최전방에 서있는 의사들과 미래의 주역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지속해서 중증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전환점이 되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