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서 '이과 수학' 빠진다…'최상위권 변별' 가능할까

현 문과수학만 출제…"대학별고사 강화, 내신평가 추가될 수도"
사회·과학 융합선택 절대평가에 상대평가 수능 과목 쏠림 우려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있다.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현 중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현재 이과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미적분Ⅱ)과 '기하'가 빠지는 게 확실시되면서 최상위권 변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지난 22일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심의한 결과 수능에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의결했다.

국교위는 "통합형 수능의 취지와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관련 교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대학이 그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심화수학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수능 수학에서는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통계가 출제된다. 현 수능에서 공통과목인 수학Ⅰ(대수)과 수학Ⅱ(미적분) 그리고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통계가 출제범위다.

현행과 비교하면 선택과목 '미적분'에 있던 수열의 극한·미분법·적분법과 '기하'에 있던 이차곡선·평면벡터·공간도형·공간좌표가 시험범위에서 제외된다. 신설을 검토했던 심화수학은 현재의 미적분에 해당하는 미적분Ⅱ와 기하로 구성했다.

심화수학이 빠지면 수능에서는 모든 수험생이 현행 문과 수준의 수학만 공부하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문과 학생들이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범위 축소에 따라 최상위권 변별은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상위권 대학 의학·자연계열이 수능에서 빠진 심화 미적분, 기하 등을 평가하기 위해 수시모집 '대학별고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시모집에서 심화수학 과목에 관한 내신 평가를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들이 심화수학 교과 내신 평가를 강화할 경우 수험생은 내신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며 "다만 학령인구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지원 기피를 우려해 대학들이 내신 강화를 강도 높게 요구하기에도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의 전반적인 난도가 되레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범위 축소와 무관하게 상대평가 시험에서는 일정 정도의 변별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전체회의.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국교위 의결 가운데 고교 융합선택 과목 중 사회·과학교과(9개 과목)만 상대평가를 병기하지 않고 절대평가 하도록 권고한 내용에 대해서도 과목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절대·상대평가가 병기되는 공통과목과 대부분의 선택과목보다 사회·과학 융합선택과목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교위는 "대입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내신과 관련해 상대·절대평가를 병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이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대표는 "대학들은 상대평가가 병기되는 과목의 중요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학생들도 상대평가 과목과 내신 확보를 위해 수강생이 많은 과목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등학교가 융합선택과목을 비중 있게 운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어 "내신 변별력이 현재보다 떨어지고 수능은 현재처럼 상대평가가 유지되므로 수능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