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보다 심각"…0명대 출산율에 초1 40만명 '붕괴'(종합)
3분기 출산율 0.7명…4년 뒤엔 초1 입학생 30만명도 붕괴
"주 원인은 고용·주거불안과 경쟁 압력…구조 정책 시급"
- 서한샘 기자, 김혜지 기자,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김혜지 정지윤 기자 = 한국의 인구 감소 추이가 14세기 유럽의 뿌리를 흔든 흑사병 유행 때보다 심각한 '재앙적' 수준이라는 진단이 3일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장 올해 3분기 출산율은 0.7명까지 하락했고 내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다른 선진국의 출산율보다 훨씬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중세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선진국의 출산율은 각각 미국 1.7명, 프랑스 1.8명, 이탈리아 1.3명, 캐나다 1.4명 수준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2021년 0.81명을 기록했으며 2022년 0.78명, 2023년 3분기에는 0.7명까지 하락했다.
다우서트는 한국의 인구감소 규모가 14세기 흑사병 창궐 당시와 유사하다고 추정했다. 학자들은 흑사병 창궐 당시 지역별로 30~60%가량 인구가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71명으로 사상 처음 4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입학한 2016년생 40만6243명보다도 5만명 가까이 적다.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향후 더 빠르게 감소할 전망이다. 2017년 이후 출생아 수는 2018년 32만6822명, 2019년 30만2676명으로 감소하다 2020년 27만2337명으로 떨어진다. 40만명 선이 깨진지 4년 만에 30만명 선도 붕괴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청년고용, 가족예산, 육아휴직 등 여건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할 경우 초저출산율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1월 경제전망 중장기 심층연구 보고서에는 △가족 관련 정부지출 △육아휴직 실이용 기간 △청년 고용률 △도시인구 집중도 △혼외출산 비중 △실질 주택가격 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에서 1.63명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가 실렸다.
특히 연구진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인 고용·주거 불안과 경쟁 압력을 낮추기 위해 '구조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양육 불안을 낮추려면 정부 예산 지원을 늘리고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또 변화하는 가치관에 맞춰 아이 중심 지원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중에서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용 못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남성,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저출산 등 사회 문제를 조정하기 위한 국(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다음달 시행되는 교육부 조직개편에서는 그보다 한단계 낮은 '사회정책분석담당관'을 과장급 한시 자율조직으로 신설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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