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태재대 총장 "대학 혁신해 '복합적 문제 해결' 리더 육성"

9월 태재대 개교…소규모 온라인 토론수업·3년마다 교수 재계약
"테뉴어 없애고 학부교육 복원…대학 가면 노는 분위기 바꿔야"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3.5.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한국판 미네르바 대학'을 표방하는 4년제 사이버대학인 태재대학교의 염재호 총장(전 고려대 총장)은 11일 "21세기에는 객관적이고 잘게 쪼개진 지식 대신 복합적·종합적인 문제를 잘 해결해내는 리더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위해선 모든 전공을 잘게 쪼개 효율성을 높였던 20세기 대량생산 체제식 대학 교육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총장은 오는 9월 개교를 앞두고 이날 서울 종로구 태재관에서 열린 태재대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염 총장은 전통적인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 등 대학 시스템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총장은 먼저 교수 시스템에 대해 "테뉴어(Tenure·정년보장)는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현재는 (교수들이) 안주하기 위한 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지난해 테뉴어 시스템을 없애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학부교육을 복원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종합대학이 연구중심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대학원에서야 본격적으로 전공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염 총장은 "우리나라 학부교육은 대학원에서 해야 하는 전공을 조금 쉽게 가르치며 예행연습을 하는 수준인데 그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며 "대학원에서 전공을 제대로 하기 위한 '지식 근력'을 키우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측면에서는 '대학에 가면 놀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총장은 "공부를 노동이라고 생각하니 '대학 가서 놀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긴 건데 공부는 호기심"이라며 "100세 시대에는 평생 호기심 가지고 무언가 찾을 수 있는 개인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1%의 인재가 나라 먹여 살린다는 생각 가지고 그런 인재 키워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태재대에서는 입학 평가 과정에서 '죽기 살기'로 할 비전·각오가 돼있는지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무공간 등을 소개하고 있다. 2023.5.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20명 이하 소규모 온라인 토론수업…교수는 3년마다 재계약

염 총장의 생각은 실제 태재대가 마련한 교육과정·시스템에 녹아있다. 전반적으로 학생·교수 모두 안주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태재대는 미국 미네르바 스쿨과 마찬가지로 모든 수업을 20명 이하 온라인 형태로 진행한다. 수업은 토론이나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되며 교수의 강의는 최소화한다. 또 교육혁신원은 강의의 모든 내용을 녹화해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1학년은 무(無)전공으로 입학해 1년간 인재상에 맞는 6대 핵심역량(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자기주도학습, 소통·협업, 다양성·공감, 글로벌화합·지속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게 된다.

2학년부터는 혁신기초학부·인문사회학부·자연과학부·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비즈니스혁신학부 중 각자 전공을 선택해 세부 전공 영역의 심화과정을 학습한다.

이후 2학년 2학기부터는 도쿄·뉴욕·홍콩·모스크바에서 1학기씩 생활하며 기숙대학 공동체 생활과 시빅(Civic) 프로젝트 등을 수행한다. 마지막 학기에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최종 논문격인 캡스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교수 역할도 강조된다. 40명의 전임교수와 60명의 외국대 겸임교수 등 100명의 교수진은 태재대 출강 전 12주간 교수방법에 대한 워크숍을 들어야 한다. 매주 학부장 주재로 수업 평가가 이뤄지며 평가에 따라 3년마다 재계약을 맺게 된다.

태재대는 지난달 교육부 설립 인가를 받고 오는 9월 정식 개교한다. 올해 신입생으로는 내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을 선발한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