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후견인제' 시작부터 삐걱…기관 참여, 목표치 63% 그쳐
마을기관 30곳 지정해 교육복지 확대 계획…19곳만 선정
학습·상담·돌봄 지원해 기존 사업과 중복…"전문성도 의문"
- 장지훈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9월부터 취약계층 학생과 마을기관 소속 지역사회 활동가를 연결해 교육복지를 확대하는 '교육후견인제' 사업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기관 참여가 저조해 시작부터 삐걱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육후견인제는 관련 연수를 받은 활동가에 학습 지원, 심리 상담, 돌봄 등 역할을 맡겨 취약계층 학생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수혜를 받는 학생이 너무 적고 교육당국의 기존 지원 사업과 중복돼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후견인제 사업에 참여할 마을기관 명단 발표는 지난달 22일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다음 주로 미뤄졌다. 애초 지난달 7~9일 신청 접수를 받아 지난달 15일 발표가 예정돼 있었는데 신청 접수는 지난달 16일까지, 발표는 지난달 22일로 한 차례 미뤄진데 이어 또 다시 연기됐다.
사업 신청한 마을기관 수 자체도 적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직접 지정하는 '교육청 지정형'으로 15곳, 자치구와 마을기관이 협력하는 '자치구 매칭형'으로 15곳 등 총 30개 기관을 심사를 거쳐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총 27개 기관만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곳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탈락해 선정된 마을기관은 교육청 지정형 11곳, 자치구 매칭형 8곳 등 19곳에 불과했다. 목표치(30곳) 대비 63.3%에 그치는 수치다.
특히 자치구 매칭형의 경우 자치구별로 5개 기관까지는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일부 지원하겠다며 적극 홍보했지만 은평구에서 3곳, 구로구에서 2곳, 서대문구·양천구·중랑구 각 1곳 등에 불과해 기대를 밑돌았다.
이마저도 선정된 마을기관 19곳을 대상으로 오는 6일까지 사업 참여를 위한 '수정 계획서'를 제출받아 재평가한 뒤 최종 참여 대상을 선정하기로 한 상황이다.
처음 사업 계획서를 제출받을 때 교육후견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로 신청한 기관이 많아 모든 기관에 계획서를 다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교육후견인제 사업을 처음으로 실시하고 마을 단위로 촘촘한 교육복지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교육분야에서 역량이 있는 민간·공공 기관을 발굴해 교육후견인을 양성하고 교육후견인 1명당 4~5명의 학생을 매칭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예산 지원도 뒤따른다. 기관별로 교육청 지정형은 1000만원, 자치구 매칭형은 교육청과 자치구가 1000만원씩 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자치구 매칭형의 경우 참여가 저조해 전액을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기로 한 상황이다.
다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에서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지원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과 교육후견인의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원받는 학생 수가 너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후견인은 기관별로 1~5명 지정된다. 최대치로 계산해도 19개 기관에서 95명의 교육후견인이 500명이 채 되지 않는 학생들을 지원하게 된다. 기관당 인근 약 5개 학교에서 지원 학생을 선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별로 1명씩 수혜를 보는 셈이다.
교육후견인의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업 신청을 받으면서 최근 2년간 어린이·청소년 교육 지원 실적이 있는 곳으로만 제한했을 뿐 별도 자격 요건을 두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습 지원과 심리 상담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인데 일대일의 경쟁률도 기록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정된 마을기관에서 전문적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슷한 지원사업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교육 바우처 제공 등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민단체나 마을협동조합 같은 기관의 기존 활동을 지원하는 보조금 지급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업 시행 초기인 만큼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교육후견인제를 지속해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다보니 기대보다 참여가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교육복지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찾아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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