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이석기 옹호하면 종북 의심...우려"

전 경찰대 교수, '국정원 사건을 말하다' 고려대 강연회
학교 측 대관 불허에 강의실 아닌 민주광장에서 개최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13.9.9/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figure>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 강연회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목적이 좋다고 해서 모든 수단이 다 허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원세훈 전 원장에게 협력한 사람, 지시한 사람, 지시받은 사람 마음 속에 자유수호에 대한 사명감과 의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표 전 교수는 고려대의 학훈인 '자유', '정의, '진리'를 키워드로 이날 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이 수행한 4년간의 사이버 심리전 광풍의 끝은 우리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인터넷상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정말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자유의 방법으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고려대 측의 강연 대관 취소 사태에 대해서는 "고려대는 학생들이 너무나 여리고 착하고 순수해 동조하고 세뇌되고 오염될까봐 이를 막기 위해 강의를 불허했다"며 "정말 학생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오히려 저처럼 편향된 사람을 비판하고 무너뜨리고 극복해 여러분 스스로의 자유를 찾도록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서는 "법과 절차와는 상관 없이 이미 그를 옹호, 지지하거나 객관적 법 절차를 이야기하면 종북으로 의심받는다"며 "이런 상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함께 강연에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 사건은 간접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서 가지는 두가지 정당성의 요건을 침해했다"며 "국가기관이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 과정에 영향을 미친 점과 선출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려는 국민 활동에 지속적으로 국정원이 개입하고 방해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과 수사기관, 언론, 공무원 제도 등을 바꾸려면 몇십 개의 법을 바꿔야 한다"며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것을 해야 민주주의가 실현되며 우리가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고사 '중구난방'을 인용해 "민중의 입은 막기가 어렵다"며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국민이 요구하는 바를 억누를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대로 갈 것이다. 조금만 힘차게 나간다면 제도적 개선을 통한 민주주의의 실질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회에 앞서 강연회를 주최한 정경대 학생회와 이과대 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측의 갑작스러운 대관 취소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샛별 이과대 학생회장은 "그간 많은 정치인 강연회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 강연회에 대해서만 갑작스럽게 정치적 이유로 대관 불허한다는 학교 측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치적이냐 마느냐는 학우들이 판단할 문제인데 판단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불허하는 것은 학생자치 탄압이다"고 말했다.

김경진 정경대 학생회장도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심각하고 중대한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다"며 "공감대를 갖고 궁금해 하는 학생이 많아 강연회를 준비했고 이것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학교 당국이 검열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강연회는 고려대 4.18기념관 소강당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학교 측이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대관 허용을 취소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민주광장에서 대신 열린 강연회는 준비된 의자 100개가 가득 찰 정도로 학생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황을 이루었다.

고려대 관계자는 "대관 허용을 했다가 취소한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밝혔다.

hm334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