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부, 장애인 접근권 방치 위법"…10만원 국가배상 첫 판결

지체장애인, 편의점 '접근시설 설치 의무' 정부에 소송
대법, 하급심 파기하고 직접 판결…"정부, 1인당 10만원 배상"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차별구제 청구 등 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은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9일 지체장애인 A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이같이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파기자판을 통해 정부가 A 씨 등에 각 10만 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법원이 사건을 2심에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하는 재판이다.

대법원은 우선 "장애인 접근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권리"라며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짚었다.

이어 "피고(정부)의 행정 입법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고,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평등권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피해를 보았다"고 판시했다.

이날 소송 쟁점은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의무를 개정하지 않은 정부에 부작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위법에 따른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1998년 제정된 구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편의시설 설치 의무 소매점 범위를 '바닥면적 300㎡ 이상'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97%가 설치 의무를 받지 않았다. 해당 규정은 2022년에야 '바닥면적 50㎡ 이상'으로 개정됐다.

A 씨 등은 국가가 20년 넘게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보장한 접근권이 유명무실해졌다며 2018년 투썸플레이스·GS리테일·호텔신라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국가에 대해 "시행령 미개정이 위법하더라도 고의·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1심은 투썸플레이스·호텔신라와는 강제조정을 성립했고, GS리테일에 대해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은 지난 9월 이례적으로 변론 과정을 공개하고 사건을 심리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이 열린 건 3년 만이다.

이날 판결은 대법원이 장애인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최초로 판시한 사례다.

아울러 국가배상이 위법한 행정 입법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사법 통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의의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을 통해 장애인 권리를 미흡하게 보장하는 행정입법에 대해 사법 통제를 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가 법원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