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수당·퇴직금 오른다(종합)

대법 11년 만에 '고정성' 폐기…소정근로 대가성 중심 재정립
대법·하급심 진행 중인 동일 쟁점 사건까지 소급 적용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있다. 2024.12.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재직 중이거나 일정 근무 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상임금 개념에서 법령상 근거가 없는 '고정성'을 폐기하고 '소정 근로 대가성'을 중심으로 11년 만에 판례를 변경했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과 퇴직금 등의 산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오후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는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게만, 현대자동차의 경우 기준 기간 내 15일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날 대법원은 두 사건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했다. 과거 판결에서 제시한 '고정적으로 지급된 것(고정성)' 조건을 없앤 셈이다.

대법원은 먼저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자 강행적 개념이므로 법령의 정의에 충실하면서도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 1항을 비롯해 어떤 법령에도 통상임금이 '고정성'을 띠어야만 한다는 근거가 없고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거나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미리 확정돼야만 한다면 통상임금의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된다고 봤다.

'현재 재직자(한화생명)'나 '15일 이상(현대차)'과 같은 조건이 붙은 경우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강제 적용돼야 할 통상임금 개념이 부정된다는 게 대법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 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직 여부나 근로일수에 따라 근로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 개념이므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종전 판례는 사전적으로 정해져야 할 통상임금 여부를 지급 여부, 확정 여부에 따라 결정하려 했다는 문제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아울러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며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해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새로운 법리는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된다.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을 재정립하는 것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이번 두 사건과 같은 쟁점으로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다투고 있는 '병행 사건'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된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