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일파 이해승 후손 재산환수 추진에 제동걸린 이유는
친일재산귀속법 개정에 국가환수 소송…138필지 중 1필지 확보
"국가귀속 취소 확정 판결 존중해야"…"민사소송 가능" 의견도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 후손의 토지를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한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식 노태악 대법관)는 19일 정부가 이해승의 후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정부는 2011년 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을 근거로 이 회장이 우영으로부터 상속받은 토지는 국가 귀속 대상이라며 2015년 소송을 냈다.
앞서 일제강점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의 작위를 받은 이우영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라는 이유로 소유 재산의 국가 귀속 결정을 받았다.
이 회장은 이같은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우영이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귀속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후 친일재산귀속법에서 한일합병 관련 문구가 삭제되자 환수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1심이 청구를 기각한 데 이어 2심도 정부가 주장한 138필지 중 1필지(충북 괴산 수로 4㎡)만 국가 귀속 재산으로 판단했다. 사실상 환수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상고심 쟁점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 대상은 국가 귀속 대상 재산인지, 아니면 국가 귀속 결정 자체인지에 맞춰졌다.
대상 재산에 대해 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국가는 민사소송으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결정에 대해 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민사적으로는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이날 앞서 확정된 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대부분의 토지는 귀속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8인의 다수 재판관은 "특정 재산에 대해 국가 귀속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재산은 더 이상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상환·노태악·이흥구·오경미·박영재 대법관은 "적용 대상은 문언 그대로 국가 귀속 결정 자체"라며 "확정판결이 있더라도 국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을 상대로 소유권 반환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반대의견을 내놨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친일 잔재 청산의 모습이 헌법에 합치되는 조화로운 모습으로 구현해 헌법적 정당성이 더욱 강화되도록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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