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리 검사' 내쫓은 재판부…'위법 or 관행' 법조계 평가는?
성남FC 재판부, 검사 퇴정 명령…검찰, 재판부 기피 신청
"관행이고 검찰 내부 일"…"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가야"
- 황두현 기자, 이밝음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이밝음 김기성 기자 = 법원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 '직무대리 검사'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검사의 퇴정을 명령해 재판이 중단됐다. 과거 직무대리 검사 제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사법부와 검찰 간 충돌로 재판이 중단되는 건 초유의 사태다.
당장 검찰 안팎에서는 "내부 업무 분배를 두고 법원이 소송지휘권을 행사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사직무대리 운영 규정에 따르면 검사직무대리란 검찰총장으로부터 지방검찰청 검사 또는 지방검찰청 지청 검사의 직무를 대리하도록 지명받은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긴 검사가 중요하거나 사건 기록이 방대한 사건의 재판에 파견 형식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1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허용구)는 두산건설·네이버 전직 임직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 성남FC 의혹 관련 피고인 7명의 뇌물공여·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타 검찰청 소속 검사의 재판 관여 부당성을 지적했다.
허 부장판사는 "부산지검 소속인 A 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한 달 단위로 검찰총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을 받고, 해당 재판 때마다 성남지청 검사로 이중 직무대리 발령을 받는데 이는 위법"이라고 밝혔다. 이에 "소송 행위는 무효"라며 퇴정을 명령했다.
수사 검사가 타 검찰청 발령 후에도 직무대리 자격으로 재판에 직접 들어가 공소 유지 업무를 수행하는 '직관'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나아가 여러 사건을 동시에 맡는 '이중 직관'까지 문제 삼았다.
통상 인사 발령 이후 앞서 기소한 사건 공소 유지를 위해 '1일 직무대리' 형식으로 직관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하다. 다만 이번처럼 여러 곳의 사건에 동시다발적으로 관여하는 사례는 드물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의신청과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겠다"며 집단 퇴정했다. 앞서 직무대리 제도를 두고 검찰청법, 검찰근무규칙 등을 토대로 적법성을 강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주장한 직무대리 발령 근거는 검찰청법 5조 및 7조의2, 대통령령인 검사인사규정 15조, 법무부령인 검찰근무규칙 4조 등이다.
검찰청법 5조에 따르면 검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속 청 관할 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수사에 필요할 때는 구역 외에서 일할 수 있다. 검찰청법 7조의2는 검찰총장 또는 검사장 등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가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사인사규정 15조는 각 검찰청 장은 검사 간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검찰근무규칙 4조는 각 청 장은 직무 수행상 필요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관할에 속하는 검사 상호 간에 직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수사 검사가 공판까지 담당하는 직무대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 '검찰개혁'의 하나로 추진되면서 과거에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21년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수사-공판 분리 원칙'에 따라 공판 검사가 공판을 전담하는 '1재판부 1검사' 제도를 추진했다. 주요 권력형 사건 직관에 앞서 대검찰청에 사유서 제출을 강제한 것이 골자다.
김 전 총장은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고 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진행 중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조국혁신당 대표) 재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주요 사건에 관여하려는 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에 관여한 당시 이복현 부장검사(현 금융감독원장), 송경호 고검 검사(현 부산고검장) 등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김 전 총장이 조직 안정 차원에서 결국 직관 사전 허가 방침을 철회해 논란이 일단락됐다.
검찰 안팎에선 법원이 직무대리를 문제 삼은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검찰 내부 업무에 관여하려고 한다는 불만도 감지됐다.
한 차장검사는 "직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무대리를 해왔는데, 다른 데선 지금까진 문제 삼았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오래된 관행인데 못하게 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법 제7조의2와 검찰근무규칙을 종합하면 검사 직무대리 근거가 될 수 있어 보인다"며 "수사 검사만큼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이 없는데 이를 분리하는 것은 공소유지 능력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재판 자체의 위법 소지를 차단하려는 조치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판사들은 "그동안 문제가 됐지만 눈감아 줬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부장판사는 "형사절차를 중시하는 판사들 사이에선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며 "검찰은 왜 내부 사안을 문제 삼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황정근 변호사는 "검찰청법에는 사법연수원생과 수사관 직무대리 규정만 있고, 검사의 직무대리에 대해선 구체적 위임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생긴다"며 "검사 직무대리 내용을 검찰청법에 명백히 규정해야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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