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기준 미개정 국가가 배상?…오늘 대법 공개변론

장애인단체 등 "국가 부작위, 장애인 접근권 침해해 위법"
법학계 등 참고인 4명 진술 예정…재판 방청·중계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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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년 가까이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기준을 개정하지 않아 장애인 접근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는지 판단하기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이 23일 열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A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 등 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연다.

1998년 제정된 구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3조 별표1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의 시설'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97%가 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 의무에서 면제됐다.

2018년 지체장애인 당사자 등이 낸 이번 소송의 쟁점은 '국가가 소규모 소매점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지나치게 작게 규정한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등이다. 1심과 2심은 모두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헌법 규정과 헌법적 지위 △장애인등 편의법 등의 제·개정 취지와 경과, 내용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현황 △주요 선진국과의 비교 △개선 입법을 하지 않은 이유와 타당성 여부 △장애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국가의 노력 등을 두루 살필 계획이다.

규정이 2022년 4월 27일 자로 '바닥면적 합계 50㎡ 이상 1000㎡ 미만 시설'로 개정되면서 장애인의 정신적 손해가 전부 또는 일정 부분 회복됐다고 볼 여지는 없는지도 따진다.

원고 측 참고인으로는 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본부장과 김중권 중앙대 로스쿨 교수가, 피고 측 참고인으로는 안성준 한국장애인개발원 환경정책기획팀장과 안병하 강원대 로스쿨 교수가 참석한다.

공개 변론에 앞서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사회보장법학회 등은 "국가의 부작위가 장애인 접근권을 침해해 위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건축에서의 편의시설 설치 의무 기준이 해외 주요국의 법적 기준보다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법령상 물리적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시설에 대해서도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체 수단이나 인적 서비스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외에 기획재정부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 소상공인이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에 관한 내용을 소개했다.

공개 변론에서는 재판부와 당사자, 대리인, 참고인들 간의 질의응답 등 전 과정이 공개된다. 네이버TV,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실시간 중계를 볼 수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은 3년 만이며,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판결 선고는 변론 종결 이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최종 토론(전원 합의기일)을 거쳐 2~4개월 내에 이뤄질 전망이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