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명예훼손' 재판 진땀 흘린 검찰…법원 "공소장에 핵심 없다"
첫 재판 시작부터 연이어 지적…檢, 공소장 변경했지만
재판부 "바뀐 내용도 미흡하다…허위사실 특정해야"
- 이세현 기자,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서한샘 기자 = 지난 대선에서 허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 노조위원장 등의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두고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검찰은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재판부 지휘에 따라 공소장 내용을 변경했지만, 재판부는 변경된 내용도 "핵심이 없다"고 재차 지적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22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김 씨와 신 전 위원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한상진 기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했지만 미흡하다"며 "변경된 공소장을 봐도 '갸우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사 보도 중 어느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는 것인지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개별문구가 결합해 전체적으로 허위 사실을 드러낸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문구를 특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위 사실과 동기 부분은 굉장히 자세히 적었는데, 정작 기소 핵심인 허위 사실은 명확하게 특정하지 않았다고 읽힌다"며 "일부 관련 내용을 뽑아내고 어떻게 결합해 명예훼손이라는 것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 재판의 시작부터 공소장 내용에 대해 연이어 재판부의 지적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7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이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사건이냐는 의문점이 든다"며 "(오히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재판부가 공소장에서 혐의와 무관하거나 판사의 예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배제하라고 지휘하자, 결국 검찰은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대장동 민간업자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유착관계를 전제로 설명한 부분을 삭제하고,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경위 사실을 대폭 수정했다고 밝혔다. 신 전 위원장의 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그 행태를 구체화하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 요지를 설명했다.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은 2021년 9월 15일 부산저축은행 수사 의혹 관련 인터뷰를 한 뒤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에 관련 인터뷰가 보도되도록 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뉴스타파가 보도한 녹취에서 김 씨는 "윤석열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의 범죄를 덮고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책임자로 거론되자, 김 씨 등 대장동 업자들이 자신들의 범죄 혐의를 덮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인터뷰를 했다고 의심한다. 또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준 책값 1억6500만 원이 허위 보도를 위한 대가성 지급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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